
2026년 1월 9일, 통영에서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집으로 곧장 가기엔 몸과 마음에 남은 여독이 무거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를 곳이 필요했습니다. 고성 책둠벙도서관에 차를 세웠습니다. 건널목 건너편 하나로마트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챙겼습니다. 덕분에 마음이 먼저 느긋해졌습니다.

한때 공설운동장이 있던 곳입니다. 함성이 가득했을 공간에는 이제 낮은 숨결만 흐릅니다.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겨울 햇살이 등에 닿았습니다. 해바라기하듯 걷는 동안 마음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습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책둠벙이라는 이름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논밭의 작은 웅덩이, 둠벙처럼 책이 쌓이기보다 고이는 자리라는 뜻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2층 지혜둠벙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글을 쓰다 시선이 무거워지면 옆 책장에서 한 권을 꺼냈습니다. 다시 집중이 흐려지면 밖으로 나가 트랙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렇게 머무는 시간이 고요하게 이어졌습니다.

1층 상상둠벙에서는 아이들이 보호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그림책을 넘깁니다. 노란 벽면을 따라 이어진 그림책 전시는 지식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이 흘러가는 풍경처럼 보였습니다. 책과 사람, 빛과 시간이 한자리에 머무는 모습 앞에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의 힘이란, 어쩌면 이런 장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그날의 책둠벙도서관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었습니다. 읽다가 멈추고, 걷다가 쉬고, 생각이 엉키면 그대로 두어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통영에서 돌아오던 길에 우연히 세운 이 한 번의 멈춤이, 겨울의 피로를 가장 부드럽게 풀어주었습니다.
▣ 고성 책둠벙도서관 이용 정보
* 장소: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 50
* 운영 시간
· 상상둠벙(1층): 09:00~18:00
· 지혜둠벙(2층): 평일 09:00~22:00 / 주말 09:00~18:00
* 특징: 옛 공설운동장 부지 활용, 무료 주차, 인근 하나로마트 인접
▣ 출처
이 기록은 작성자 본인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이 2026년 1월 12일 고성군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당일의 개인적인 방문 장면과 감정을 더해 개인 블로그에 맞게 다시 쓴 기록입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dinogoseong/224143232734](https://blog.naver.com/dinogoseong/22414323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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