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고성 남산공원 충혼탑, 겨울에 더 또렷한 이름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1. 1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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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작을 어디에서 맞이할 것인가는 공동체의 태도를 드러냅니다. 많은 국가는 성취보다 희생을 먼저 떠올리는 자리에서 한 해를 엽니다. 추모는 의례가 아니라 방향 확인에 가깝습니다.

경남 고성의 공식 신년 참배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번영을 말하기에 앞서 기억을 먼저 세우는 일정입니다. 행정의 출발점에 추모를 두는 선택입니다.


이 흐름을 개인의 걸음으로 다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시간표를 벗어나 남산을 찾았습니다. 새해의 각오를 말로 정리하기보다, 공간을 통과하며 마음의 속도를 가늠해 보고 싶었습니다.

고성 남산공원 충혼탑, 코르텐강이 남긴 표면

남산공원 광장은 겨울답게 낮은 온도로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햇살은 짧았고, 나무들은 잎을 내려놓은 채 서 있었습니다. 소리가 줄어드는 구조의 공간이었습니다.


충혼탑은 각을 세운 세 개의 덩어리로 구성돼 있습니다. 민·관·군을 상징하는 형식입니다. 외부는 코르텐강으로 마감돼 있습니다. 현장 안내에 따르면, 내후성 강판은 자연 산화 과정을 거쳐 표면에 안정화된 녹 층을 형성합니다. 도장 없이도 부식을 늦추는 재료입니다. 붉은 갈색의 표면과 불규칙한 개구부는 장식보다 흔적에 가깝습니다.

고성 충혼탑 내부, 이름으로 남은 기록

탑 내부에는 고성군 출신 1,273위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숫자로 읽히지 않습니다. 시선은 이름마다 잠시 멈춥니다.

헌화대 앞에는 꽃 한 다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행사 일정은 없었습니다. 그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곳이 특정한 날에만 찾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충혼탑 아래로 고성읍이 내려다보였습니다. 낮은 산자락 아래 지붕들이 겹쳐 있고, 길은 제 방향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평온한 일상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질문을 남깁니다. 이 고요와 이 질서가 누구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지. 겨울의 남산은 그 물음을 말없이 건네고 있었습니다.

▣ 고성 남산공원 충혼탑
주소 :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동외로47번길 70


주차 : 남산공원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무료)
이용 : 연중 개방

이 글은 경남 고성군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개인 방문 기록의 시선에서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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