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상해에서 진해까지, 150년 만에 다시 읽는 백범의 ‘해불양수’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1. 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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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 이재명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7일은 백범 김구선생 탄신 150주년입니다. 2026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은 이 일정 속에서 상해 임시정부 기념관을 찾아 독립의 출발점을 되새길 예정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떠오른 장소가 있습니다. 멀리 상해가 아니라 경남 진해입니다. 이 도시 한가운데에도 백범의 생각과 태도가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남원로터리, 바다처럼 품으려 했던 마음

 

해방 직후 진해는 대한민국 해군의 뿌리가 자리 잡은 곳이었습니다. 백범일지에 따르면 19469월 김구 선생은 해군 총사령관 손원일제독의 안내로 진해 해안경비대를 둘러보셨습니다. 이 방문을 기념해 1947815일 세운 비석이 진해 남원로터리에 서 있습니다. 주소는 태평동 103입니다. 로터리 중앙은 늘 비워 둡니다. 차량이 쉼 없이 오가도 중심은 고요를 유지합니다. 도시는 그 자리에서 숨을 고릅니다. 유리 난간 안에 선 비석 앞에 서면 말수가 줄어듭니다. 비석 상단은 매끈하지 않습니다. 풍화의 흔적보다 깎인 흔적이 먼저 드러납니다. 당시 사람들은 김구 선생의 이름과 역할을 마음 놓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비석은 그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해불양수’, 낮게 흐르며 방향을 제시한 말

 

비석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진중음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다짐하니 풀과 나무가 그 뜻을 안다는 내용입니다. 비석 옆면에는 네 글자가 남아 있습니다. 海不讓水(해불양수)입니다.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외치지 않습니다. 낮게 흐르며 기준을 세웁니다. 백범이 그리고자 했던 나라는 누군가를 밀어내 세우는 나라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아픔까지 받아들이는 나라입니다. 네 글자는 그 방향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비석은 처음부터 남원로터리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 위치는 북원로터리였습니다. 1949년 김구 선생 서거 이후 정치적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비석은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동안 진해역 창고에 놓였습니다.

북원로터리의 빈자리에는 1952년 대한민국 최초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현재 남원로터리에 선 비석 상단의 깎인 모습은 그 시절을 증언합니다. 이름과 역할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던 시대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훗날 북원로터리 동상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진해의 로터리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을 침묵으로 기록합니다.

상해에서 대통령께서 마주하실 독립의 시작과 진해 남원로터리에서 마주하는 이 비석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나라의 역사는 중앙에서만 쓰지 않습니다. 지역 곳곳에 남은 흔적들이 역사를 단단히 떠받칩니다.

상해에서 독립을 꿈꾸던 젊은 김구의 모습과 진해 바다를 바라보며 나라의 앞날을 고민하던 김구의 모습이 한 사람으로 겹쳐집니다. 이번 주말, 대통령의 상해 방문 뉴스를 떠올리며 남원로터리에 서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비석에 새겨진 해불양수를 천천히 따라 읽어 보십시오. 150년을 건너온 백범의 낮은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바다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 창원 진해 백범친필시비

주소: 경남 창원시 진해구 태평동 103(남원로터리)

주차: 인근 공영주차장·진해공설운동장

관람 포인트: 비석 상단의 깎인 흔적·해불양수 휘호

연계 코스: 북원로터리→중원로터리→남원로터리

권장 시간: 오전 산책 또는 해질 무렵

 

참고 자료

백범일지

도진순, 김구와 충무공의 어색한 만남

UNESCO 2026 세계기념인물 선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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