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요즘은 BTS 팬덤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어서 영어 army가 보입니다. 국어사전까지 내려가야 다른 뜻의 아미가 나타납니다. 미인의 눈썹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아미는 팬클럽도 군대도 아닙니다. 논개의 눈썹입니다. 저는 논개를 지금 흔히 말하는 역사적 인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논개라는 이름이 기록 속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존에 관한 판단과 기록을 다루는 태도는 구분해야 합니다.

겨울 하늘이 맑게 열린 날 진주성을 찾았습니다. 동문 촉석문 앞 남강 쪽을 향해 우뚝 솟은 돌이 낮은 햇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습니다.

시비 하나가 바람을 맞고 서 있습니다. 변영로의 〈논개〉 시비입니다. 글자를 새긴 돌의 표면은 오래 만져진 듯 둔했습니다. 홈마다 겨울빛이 고여 있었습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

변영로는 〈논개〉에서 ‘아미’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이 구절의 아미는 감정을 붙이는 말이 아닙니다. 형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누에나방 더듬이처럼 가늘고 길게 휘어진 눈썹을 뜻하는 고전적 관용입니다. 시비에 새겨진 ‘아미’ 논쟁의 출발점도 여기에 놓여 있습니다.
논개의 아미, 글자 하나에서 시작된 논쟁

아는 만큼 보인다고 솔직히 말하면 김경현이 쓴 『진주 죽이기』를 읽기 전에는 아미를 몰랐습니다. 변영로 시인의 〈논개〉에 나오는 아마 말입니다. 책을 길라잡이 삼아 진주성을 다시 걸었습니다. 촉석문 앞에서 한참 시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시 전체보다 ‘아미’ 두 글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글자보다 홈의 깊이가 먼저 보였습니다. 칼로 긁은 자국 같은 획이었습니다. 그 위로 시간이 얇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진주 죽이기』에는 눈썹 한 글자를 둘러싼 논쟁이 정리돼 있습니다. 당시 진주신문과 경남일보 기자였던 서성룡과 강동욱이 등장합니다. 쟁점은 시비에 새겨진 시구의 한 글자입니다. 아미를 ‘나방 아 蛾眉’로 쓸 것인가 ‘예쁠 아 娥’를 쓴 ‘娥眉’로 고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강동욱은 ‘예쁠 아 娥’를 주장했습니다.

서성룡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원문 시를 대조했습니다. 마이크로필름을 검토했습니다. 변영로가 실제 사용한 표현은 아미(蛾眉)였습니다. 기록은 그렇게 남아 있었습니다.
오탈자 하나가 죽음을 흔든다는 말의 의미

아미(蛾眉)는 고전 문학에서 반복적으로 쓰인 표현입니다. 누에나방의 더듬이처럼 가늘고 길게 굽은 눈썹을 뜻합니다. 형태를 빌린 비유입니다. 미인을 낮추는 말이 아닙니다. 당대 문법의 미적 관습에 속합니다. 현대의 감각으로 낯설 수 있습니다. 낯섦은 오류의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김경현은 책 235쪽에서 오탈자 하나가 논개의 죽음을 흔들었다고 말합니다. 사소한 오류가 반복되면 죽음은 상징으로 변합니다. 상징은 소비됩니다. 소비되는 순간 죽음의 구체성은 사라집니다.

시비를 떠나 성안으로 들어갑니다. 촉석루 앞에서는 장수 수(帥) 자가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누각에 올라 강을 바라봅니다. 다시 논개를 떠올립니다. 내려와 의암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길은 가파르지만 마음은 급하지 않습니다. 남강이 잔잔히 눕고 햇살이 물 위에 길게 흩어져 걸음을 다독이기 때문입니다.

의암바위는 물을 향해 몸을 기울인 채 말이 없습니다. 남강 수면에는 빛이 부서집니다. 바위의 모서리는 그림자에 잠깁니다. 여기서는 해석이 먼저 나오지 않습니다. 물과 돌과 빛만 남습니다. 기록이 먼저 있고 판단은 나중에 옵니다. 저는 논개를 역사적 인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아미라는 한 글자가 빚어진 촌극이 커다란 소용돌이로 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문헌에서 글자 하나, 단어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 예는 드물지 않습니다.

아미는 벌레가 아닙니다. 아미는 눈썹입니다. 글자는 작습니다. 흔들림은 큽니다. 눈썹 한 글자가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논개의 죽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아미를 다시 읽습니다. 군대도 열성팬도 아닌 논개의 눈썹으로 읽습니다.
▣ 자료 출처
김경현, 『진주 죽이기』, 곰단지(235쪽)
표준국어대사전, ‘아미(蛾眉)’
변영로,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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