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소식을 살피다 보면 회의 결과나 정책 설명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끔은 결과보다 그 공간을 지탱하는 태도가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최근 진주시의회 공식 블로그에 제가 쓴 글, 〈진주시의회 회의실에 걸린 문장들―소헌 정도준의 병풍을 읽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회의나 안건을 다룬 글이 아닙니다. 회의실 벽에 걸린 서예 병풍의 문장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진주시의회 2층 회의실은 연구회 발표와 간담회, 각종 회의가 이어지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모임과 회의 시작을 앞두면 시선이 벽으로 향합니다. 상석 뒤편에 자리한 병풍 때문입니다.
병풍은 은초 정명수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진주가 낳은 서예가로, 전통 한학과 서예를 바탕으로 공공 공간의 글씨를 다수 남긴 인물입니다. 개인의 감흥을 앞세우기보다 공공의 자리에 어울리는 글씨를 오래 고민해 온 서예가입니다. 개인의 감흥을 앞세우기보다 공공의 자리에 어울리는 글씨를 오래 고민해 온 서예가입니다.
병풍에는 일곱 개의 문장이 이어져 있습니다. 建議進順(건의진순), 天地懸鑑(천지현감), 事務存誠(사무존성), 政得其理(정득기리), 洞然明白(동연명백), 惟嫌拙速(유혐졸속), 但貴謹嚴(단귀근엄)입니다. 『논어』나 『맹자』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구성은 아닙니다. 유교 경전에 흐르는 정치 윤리와 공직자의 태도를 바탕으로 회의실이라는 공간에 맞게 다시 세운 문장들입니다.
진주시의회 블로그 글에서는 이 문장들이 왜 회의실에 걸려 있는지 차분히 짚어 나갑니다. 빠른 결정보다 숙고를 요구하는 惟嫌拙速(유혐졸속), 결과보다 태도를 먼저 세우라는 但貴謹嚴(단귀근엄), 하늘과 땅이 모두 지켜본다는 天地懸鑑(천지현감)이 회의실이라는 장소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풀어냅니다.
병풍이 본회의장이 아니라 회의실에 놓여 있다는 점도 인상 깊게 다뤄집니다. 회의실은 말이 오가고 의견이 부딪치는 공간입니다. 말을 꺼내기 전 태도를 점검하게 만드는 장치로 병풍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해석이 이어집니다.

병풍 맞은편 벽에 걸린 踐民達陽(천민달양)이라는 문장도 함께 소개됩니다. 백성을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섬기고 밝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뜻입니다. 공직자의 역할을 네 글자로 압축한 선언처럼 읽힙니다.
이 글은 회의실을 꾸미는 장식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회의라는 행위를 단속하는 문장이 먼저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합니다.
진주시의회 공식 블로그에 실린 글을 통해 회의실 바깥의 일상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말이 나오기 전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 속도를 늦추고 자세를 점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출처 : 2026년 1월 5일 진주시의회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jinjucitycouncil/224134675757
[누리소통지원단] 진주시의회 회의실에 걸린 문장들― 소헌 정도준의 병풍을 읽다
안녕하세요, 누리소통지원단 김종신입니다. 궁금했습니다. TV와 신문 화면 속 진주시의회 2층 회의실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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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진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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