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성심원 어르신들의 2025년 송년회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12. 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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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함께 먹으며 서로를 보듬은 하루

 

한 해를 돌아보는 송년회이지만, 올해의 자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2025년 여름, 큰 물난리로 모두가 고단했던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축하보다 서로를 보듬는 시간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다만 함께 밥을 먹는 자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0일 오전 1050, 산청 성심원 뜨락에서 차량 원내 차량인 카운티와 스타렉스가 나란히 출발했습니다. 왕복 30여 분 거리의 짧은 이동이었지만, 목적지는 분명했습니다.

동의보감촌 안 동의약선관입니다.

 

동의약선관 밥상, 몸을 먼저 생각한 한 끼

한옥 처마 아래 문을 열자, 서까래 아래로 퍼지는 나무 냄새, 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이 우리를 먼저 맞이합니다.

외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손으로 쓴 손 편지와 양말 한 켤레가 번역문과 함께 전달되었습니다. 낯선 글씨를 번역문으로 따라가며 읽는 동안, 마음이 한 번 더 따뜻해졌습니다.

식사에 앞서 엄삼용 원장 수사님이 짧게 인사했습니다.

올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길지 않은 밀이 지나가는 동안, 지난여름 수해의 고단한 시간이 스치듯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알고 있는 수고와 버텨낸 날들. 오늘의 자리가 위로를 먼저 건네는 자리임을 모두가 알아차린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풍현마을이 혼자 잘 사는 곳이 아니라 다 같이 잘 사는 마을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 남은 여생이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도록, 원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내년부터 마을이장을 맡을 김성래 어르신의 인사말이 차분히 이어졌습니다.

상 위에 차려진 것은 약선 특한상’(132,000)입니다.

제철 나물과 뿌리채소, 버섯과 연근, 담백하게 조리된 단백질과 부드러운 국물까지. 자극은 줄이고 속은 편안하게 남기는 상차림입니다.

식사 중에는 이것도 드셔 보셔라는 말이 오가고, 접시는 서로에게 조금씩 건네집니다. 함께 먹는다는 일은 이렇게 서로의 몫을 챙기는 일입니다. 반주로 솔송주가 곁들여져, 은은한 솔향이 홀 안에 흩뿌려집니다.

맛있게 드셨나요?”라고 묻자, 김용덕 어르신은 웃으며 답합니다.

너무 맛나서, 어느 것을 맛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잠시 뒤 최태만 어르신이 천천히 말을 보탭니다.

오늘은 맛난 음식도 먹고, 좋은 기운도 함께 받은 것 같네.”

여백 끝에 웃음을 섞어 덧붙입니다.

이 정도면돌아가서 로또복권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가볍지 않았습니다. 수해로 힘든 올해를 지나온 뒤라, 내년을 다시 기대해 보겠다는 마음이 그 말에 묻어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근처 기바위에 잠시 서 보고, 출렁다리도 짧게 둘러봤습니다. 기바위 앞에 선 어르신은 두 팔을 벌려 돌에 몸을 기대고 웃습니다. 햇살에 데워진 바위가 등을 받치고, 손끝으로 새겨진 글씨를 더듬으며 시간을 느낍니다.

출렁다리 위에서는 바람과 함께 다리가 흔들리고, 서로의 웃음이 용기가 됩니다. 바람을 한 번 더 마시고, 서로의 보폭을 다시 맞추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정오 무렵, 카운티와 스타렉스가 다시 성심원 마당에 닿았습니다. 차에서 내리며 김희분 어르신이 조용히 말합니다.

내년에도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은 물난리로 유난히 힘든 해였습니다. 그 시간을 묵묵히 건너온 어르신들, 그리고 곁을 지킨 사람들. 오늘 우리는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한 끼 식사는 우리는 잠시 서로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가 가능하도록 마음을 보태주신 박민영 부원장님과 준비를 맡은 최동인 사회복지를 비롯해 함께한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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