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야기

동탄호수에 머문 시간, 우리에게 돌아오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11. 2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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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머문 시간, 우리에게 돌아오다

 

아들의 연수 일정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하루 먼저 길을 나서 충북 진천에서 조용히 1박을 한 뒤, 아들을 데리러 가기 전 잠시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진천에서 아침을 먹고 차에 올랐고, 늦가을의 문턱을 넘으며 동탄호수공원을 찾았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했던 풍경처럼 고요하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으로 걸어가던 길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수령 200년 느티나무였다. 도시의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우람하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세기를 버텨낸 굴곡진 나무 몸통에는 계절이 새겨 놓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느티나무 둘레를 천천히 돌며 오래된 생명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고르게 했다.

호숫가로 내려서자 시야가 넓게 펼쳐졌다. 잔잔한 수면 위로 고층 건물들이 또렷하게 비치며 물속에 또 하나의 도시를 세우고 있었다. 가을빛이 남은 언덕과 갈대숲,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이 잔물결 위로 번지듯 이어졌다. 진주에는 남강과 촉석루가 있듯,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호수가 도심 속 공기청정기 같은 숨 쉬는 공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디밭 한쪽에는 파란 의자와 흰 의자 두 개가 살짝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한동안 호수를 바라보았다. 하늘과 도시, 물과 바람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 숲이 길게 펼쳐졌다. 가을이 마지막 힘으로 남겨둔 불빛처럼 붉고 따뜻했다. 그 길을 걸으며 우리 부부는 자연스레 말을 줄였다.

걷다 지친 발걸음을 쉬게 해 준 곳은 통유리 전망 공간 주노관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리창 너머로 호수가 한 폭의 정물화처럼 펼쳐졌다. 빈백에 몸을 가볍게 기대니 세상의 소음이 유리창 밖으로 밀려나듯 사라졌다.

밖으로 나오니 갈대숲이 바람과 함께 일렁이고 있었다. 늦가을이 겨울을 향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풍경이었다.

그 속을 나란히 걸으며 우리는 아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지고 단단해졌다.

호수 위로 건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질 때쯤, 우리는 공원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우리를 조용히 배웅해주는 듯했다.

오늘의 이 시간은 오래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겠구나. 그리고 우리의 삶도 여전히 고요히, 그러나 아름답게 흐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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