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야기

태백에 갔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물 닭갈비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8. 1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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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겸해서 군복무 중인 아들을 보러 강원도 태백으로 갔습니다. 몇 개의 산과 고개를 넘었는지 모릅니다. 굽이 굽은 길도 지나 평균 해발 900m에 있는 태백에 도착하자 맑고 개운한 공기가 저 아래 끈적끈적했던 여름의 흔적을 날려버립니다. 전국이 불볕더위로 몰살을 앓아도 열대야 없는 도시라는 명성이 헛말은 아닌 듯합니다.

아들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 연못을 먼저 둘러보았습니다.

청록빛의 싱그러움이 묵은 때를 씻어주는 기분입니다.

몽토랑 산양목장을 둘러 산양유와 빵 등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배꼽 시각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제가 먼저 태백에 간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고 했더니 아들이 그곳이라고 말합니다. 본인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군대 동기들이 먹어보았다고 합니다. 다시금 황지 연못 근처로 갔습니다.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향하자, 입구에서 탄광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우리를 먼저 반깁니다. 옆으로 2대 가업 40년 전통이라는 글귀를 맞이합니다. 글귀 아래로 태백 물 닭갈비라는 글자가 마중 나왔습니다..

올라가는 2층 계단 옆으로 여기에서 태어나 어머니에 이어 대를 이어 가게를 하고 있는 박무봉 시인의 <탄광촌 서시>라는 시 한 편이 식당 메뉴와 함께합니다.

 

태백 물닭갈비는 / 음식이 아니다. / 문화다.// ~목숨을 담보로 막장에서 / 석탄을 캐면서 // 생과사를 넘나들던 / 노동의 애환을 / 뒤로하고 / 등짝에 뱃가죽이 붙던 / 허기진 배를 채우던 보양식이다.//~ 한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 아버지의 진정한 친구였다.//”

식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 이른 점심시간인데 벌써 한 팀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물 닭갈비보통 맛 3인분에 우동면과 라면 사리를 추가했습니다.

식당 한쪽에 붙어 있는 탄광으로 향하는 작업 꿰도 차를 탄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입니다. 무채색 사진처럼 얼굴도 무채색입니다.

잠시 주위에 붙은 시들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큼지막한 넓적한 냄비에 각종 채소가 산을 이루듯 올려진 채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여느 동네 닭갈비보다 채소가 많습니다. 배추며 대파, 깻잎 등이 푸짐하게 올려진 냄비에 또한 육수가 한강을 이룹니다. 김치와 고추지, 콩나물무침이 곁들여 나왔습니다.

가스 불에 올려진 냄비의 육수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서 채소들이 숨을 죽입니다.

숨죽인 채소들 사이로 옅게 붉은빛의 양념이 스며 나옵니다. 다시금 불이 이들을 모두 태워 없앨 기세로 국물이 졸여지면 젓가락이 냄비 속으로 향합니다. 국물은 심심합니다.

마치 물을 넣어 쌀을 불리듯 닭갈비에 물을 가득 부어서 냄비 가득 불려서 배를 채운 이들이 떠오릅니다. 예전 탄광촌이었던 여기 이곳에서 막장 작업이 끝난 광부들이 꼭 들렀다 가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막걸리 한 주전자와 연탄불에 끓여지는 물 닭갈비와 비계가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찌개를 안주 삼아 고단한 하루를 달랬습니다. 불어난 찌개 같은 물 닭갈비를 안주 삼아 목에 낀 검은 돌가루를 씻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 닭갈비를 먹고 여기에 참기름과 김 가루를 버무려 누룽지처럼 밥을 단근질해서 볶음밥을 해 먹으면 더욱 맛날 듯합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배가 불러 더 이상 위에 채울 게 남아 있지 않아 여기에서 멈췄습니다.

우리 가족이 먹는 물 닭갈비는 마치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캔 참치 대신 닭갈비가 들어간 듯한 맛입니다. 두 번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태백이라는 동네에 왔다면 탄광촌 그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꼭 한 번은 먹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먹고 식후 커피를 마시러 나가는 내내 안도현 시 연탄 한 장이 떠오릅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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