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남해 가볼만한 곳 - 남해유배문학관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9. 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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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유배길, 실낱같은 삶의 희망 만나다

-남해유배문학관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남해유배문학관 주차장에 이르면 돛을 단 배 형상이 우리를 반깁니다. <구운몽호>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실입니다.

 

 

속세에 찌든 때를 벗듯 비우고 나면 통나무 창살을 소가 끄는 소달구지가 문학관 앞에 있습니다. 죄인이 멀리 유배를 가기 위해 통나무 창살 속에서 소가 끄는 달구지에 실려 가는 모습, 우리는 TV 사극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고증 잘못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 유배 제도 연구의 성과와 과제(심재우/한국학중앙연구원/2021.12)>에 따르면 중국의 한서(漢書)에서 이미 등장하는 죄수 호송용 수레는 함거(檻車)라고 하는데, 조선왕조에서도 죄인을 처형장에 끌고 갈 때 사용하였으나 유배인을 유배지로 호송할 때는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합니다.

 

 

소달구지를 지나면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짖는다로 유명한 시조를 쓴 남구만을 비롯해 여러 새겨진 빗돌들이 나란히 서서 오는 우리를 반깁니다. 찬찬히 시비와 쓴 이들을 읽노라면 서포 김만중 동상을 만납니다.

 

 

문학관에서 김만중의 문학을 본격적으로 만나러 들어서자 유배 문학의 산실!’과 함께 구운몽을 직접 인쇄(?)해 볼 체험 공간이 나옵니다.

 

 

이를 지나 전시실로 향하면 전시실 중앙로비에 여든세 살 늙은 이 몸 / 푸른 바다 만 리에 떠 있네~” 우암 송시열의 시 유배 시 20점을 손 글씨로 만나는 특별한 기획 전시 캘리그라피로 만나는 조선의 유배 문학831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어려울 수 있는 시들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이들 곁을 지나면 향토 역사실이 나옵니다. 남해군의 역사와 문화를 톺아볼 기회입니다. 들어서면 왼편으로 남해의 상징과 같은 남해대교 모형이 나오고 오른쪽 벽면에 시간순으로 역사가 펼쳐집니다.

 

 

호국 충절의 고장 남해에서 만나는 남해의 독립운동뿐 아니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신 이순신 장군도 만납니다. 물론 이보다 더 앞서 이재 백이정과 경렬공 정지장군, 삼별초와 아울러 팔만대장경 종경록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남해군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다 남해의 소리라 적힌 소박한 공간에 앉자, 버튼을 누르자 남해의 소리가 머리에서 쏟아집니다.

금산 위에 뜬 구름아 눈 실었나 비 실었나 / 눈도 비도 내 아니 실고 노래 명창 나 실었나 / 노래 멩창 니 불러라 수많은 장단은 내 쳐 주마 /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다 / 소드방 따까리가 딩그라 당글 남해지역의 민요가 흥겹게 들려옵니다.

 

 

맞은 편에는 남해선구줄긋기 모형이 우리를 반깁니다. 남해군 남면 선구마을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아랫마을과 윗마을을 남과 북으로 나누어 시작되는 줄긋기는 세시풍속이자 민속놀입니다.

 

 

흥겨운 민속과 남해 지역 어민들의 삶의 흔적이 담긴 어구며 생활 물품을 지나면 산신 백일기도 하면서 을 전부 비단으로, 덮어주기로 약속한 뒤 조선을 건국했다는 조선 태조 이성계에 얽힌 남해 금산을 비롯한 남해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남해 이야기를 뒤로하면 본격적으로 <유배문학실>이 나옵니다. 유배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문학이 이어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문학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귀양 와서 강과 바다로 한가로이 노닌다는 양촌 권근의 시를 비롯해 다양한 유배 시들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조선시대 죄목과 형벌은 물론이고 한··일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럽의 유배 문학도 엿볼 수 있습니다.

 

 

유배 체험실이 이어서 나옵니다. 명나라 태조 홍무제 주원장이 1367년 제정하고 이듬해 공표한 명나라의 법률인 대명률(大明律)을 본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시행했습니다. 사형 다음으로 중죄인에게 해당하는 유배는 중국에서는 2천 리, 3천 리로 귀양을 보내는데 우리나라는 그만한 땅덩이가 없었습니다.

 

 

조선시대 사화와 당쟁 등으로 많은 양반들이 중앙 정계에서 쫓겨나 유배형을 받았습니다. 물론 양반 관료만 유배형을 받지 않았습니다. 평민과 천민 그리고 여성들도 유배형으로 고향을 등지고 살기도 했습니다.

 

 

VR 관람으로 당시를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갇혀 적막 속에 흔들리는 등불에 의지해 오늘도 붓을 적신 이들을 느낍니다.

 

 

더구나 남해의 유배 문학 전시실로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남해에 유배와서 만들어진 위대한 걸작을 우리는 손쉽게 만납니다. 열악한 유배지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분노는 한()으로 응어리 남습니다. 분노와 원한을 곰삭은 젓갈처럼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수련의 공간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그리고 서포 김만중의 문학을 접합니다.

 

 

마치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이 속살 깊이 파고들어 목숨이 끊길 것 같은 고통을 겪는 조개가 긴 세월의 시련을 이겨내고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 진주를 만들었듯 이들도 유배지에서 가슴 속 응어리를 문학이란 진주로 승화해 우리에게 선보입니다.

 

 

다시금 전시실 로비에 이르자 앞서 애사로 보았던 <생사의 기로>라는 글귀와 동아줄을 다시금 보았습니다.

 

기약 없는 유배길에, 실낱같은 삶의 희망을 만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던 러시아 시인 푸시킨(1799~1837) 시를 떠올립니다. 덩달아 어떤 시련과도 맞설 용기를 선물 받습니다.

 

남해유배문학관

주소 : 경남 남해군 남해읍 남해대로 2745

관람 시간 : 09:00 18:00(매주 화요일 휴관)

관람료 : 일반인 2,000/ 청소년, 군인 1,500/ 어린이 1,000

전화번호 :055-860-8888

주차장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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