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 뒤에는 습관처럼 밤바다가 붙습니다. 머릿속에서 선율이 떠올라 절로 흥얼거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여수 밤바다를 잊어도 좋습니다. 해가 지면 함께 걷고 싶은 즐거운 풍경이 경남 진주성에서 우리를 맞이합니다. 진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습니다.

8월 15일부터 열린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진주성’이 9월 7일까지 진주성과 진주대첩 역사공원 일원에서 눈 부신 빛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더구나 ‘2025 진주 국가유산 야행’이 오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연계해서 열립니다. 원플러스원(1+1) 같은 즐거움이 기다리는 곳을 29일 찾았습니다.
진주성의 낮은 아름답습니다. 푸른 남강에 마치 배처럼 펼쳐진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 진주성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전혀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진주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공북문에 발을 들이자 ‘진주성, 모두가 꽃이다’라는 주제의 향연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미디어아트는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화려한 꽃을 피웁니다.

공북문을 하나의 스케치북으로 삼아 빛이 꽃처럼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찾은 날은 ‘2025 진주 국가유산 야행’ 개막식이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 앞에서 열렸습니다.

개막식을 잠시 둘러보다 성곽을 걷습니다. 꽃길만 걸으라는 듯 꽃으로 수놓은 빛이 우리 발 아래에서 함께합니다. 곁에는 안개 같은 물들이 더위를 식혀줍니다.


촉석루로 향했습니다. 에워싼 담장이 코발트블루로 시원하게 물들었습니다. 누각 곳곳에 청사초롱이 걸리고 오는 이를 맞습니다.

누각 아래에는 진주검무 등을 추는 모습이 실감 나게 다가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춤을 구경합니다.

누각에 오르자, 남강을 스쳐온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이마에 맺힌 이슬 같은 땀방울도 재빠르게 훔쳐 갑니다.

촉석루 한가운데 꽃밥을 뜻하는 ‘칠보화반(七寶花盤)이라는 별칭이 붙는 진주비빔밥이 미디어로 한 상 차려져 오릅니다. 행복한 침샘이 입안 가득 고입니다.

촉석루에서 남강을 바라봅니다. 초승달이 촉석루 처마에 매달립니다. 음력 7월 7일, 헤어졌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만나는 날이라 더욱 하늘은 맑고 남강은 푸릅니다. 일상을 벗어난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임진계사순의단 앞에서의 실지 풍경 역사 뮤지컬 <의기 논개> 공연이 한창입니다.

성곽을 따라 '법고창신(法古倉新) 진주성도(晉州城圖)' 깃발이 펄럭입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라는 '법고창신(法古倉新)’의 뜻처럼 지금 우리에게 진주성은 새롭게 변신합니다.


동문인 촉석문에 빛으로 붓이 등장하고 연신 성문을 그리고 이윽고 검무를 추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빛, 검을 품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빛 그림 잔치에 잠시 넋을 잃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당시의 진주성 전투(진주대첩)가 펼쳐집니다.

진주대첩 역사공원에서 좀 전 진주성에서 보았던 빛으로 그린 그림이 주는 감동을 잠시 잊고 숨을 골랐습니다.

곳곳에 각종 체험 부스가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공원 내 야외 관람석에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무소음 헤드폰을 끼고 숨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평화롭습니다.

다시금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한여름의 진주성,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남강을 스쳐 지나는 바람이 정겹습니다.

남강 유람선 ‘김시민호’가 물살을 헤치며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마치 청량한 숲속에 온 듯 또 다른 세상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답고 곱습니다.

국립진주박물관 쪽으로 향하자 즐비한 난장들이 저잣거리로 변했습니다. 진주 지역민들이 만든 각종 수제품 등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사고파는 이들의 물건 구경하고 흥정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박물관 앞 마당은 낮처럼 환하게 밝힌 전등 아래 사람들이 진주검무를 배우고 아이들과 블록을 쌓기에 바쁩니다. 실수해도 웃고, 그저 바라보면서도 웃는 웃음꽃이 곳곳에서 피어납니다.

박물관 옆에 자리한 국보 <산청 범학리 삼층 석탑>에서 두 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석탑을 지나 진주성 북쪽 성곽으로 향하자 고운 빛들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햇살에 비친 은빛 윤슬처럼 반짝이는 불빛들…. 덩달아 일상 속 찌꺼기를 화려한 불빛에 씻는 듯 개운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불빛을 따라 북장대를 따라 영남포정사까지 더욱 가볍게 걷습니다.


지금 여기, 눈부시게 빛나는 진주 여름을 거닐었습니다. 여기를 두고 발걸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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