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닦으면 먹은 진주 반성시장 본토돼지국밥
창원에 볼일 보고 귀가하는 길에 진주 일반성면을 지나는데 괜스레 입가에 고이는 침을 잠재우기 위해 내비게이션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오히려 국밥이 당긴 날이기도 했습니다.
반성시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점심때가 지난 오후 2시. 창원에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반성시장에는 여러 돼지국밥집이 있어, 지나는 길에 들렀습니다.
시장 공영주차장(무료)에 차를 세웁니다. 마치 동네 어귀에 이른 듯 높다란 정자나무가 양산인양 해를 가려주고 곁에 오가는 이들 쉬어가라는 듯 정자가 있습니다.
맞은편 담벼락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들이 어서 오라고 반기는 듯 그려져 있습니다.
잠시 해바라기와 눈을 맞추고 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전통시장인 반성시장은 3일과 8일이 장날입니다. 장날도 아니고 점심때도 훌쩍 넘긴 시간이라 더욱 시장은 고요합니다.
고요한 장날을, 옛 영광을 알려주는 듯 커다란 안내판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잠시 붙잡습니다. 1670년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이후 저절로 생겼다고 합니다. 진주지역 전통시장 중 가장 큰 장으로 전해져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견딜 수 없었는지 쇠락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까닭에 시장은 맛집들이 많습니다. 들어서는 입구 국밥집에는 식사 때 곁들인 반주인지 소주잔을 놓고 서로 권커니 마시는 모습이 정겹게 보입니다.
방송에도 나온 맛집도 있지만 걸음은 본토 돼지국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돼지국밥의 맛은 이미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밥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 토렴한 국밥이 나옵니다.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2번 정도 부었다 따랐다가 하며 데우는 토렴을 거친 국밥이라 밥알들은 국물이 진하게 배 있습니다.
국밥 위로는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습니다.
곁들여 먹으라고 방앗잎도 줍니다. 향긋한 방앗잎이 누린 돼지 냄새를 잠재우는 듯합니다.
묵은김치를 국밥 내에서 잠긴 돼지고기에 올려 먹으면 그만입니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도 입안 가득 퍼지는 행복감은 멈출 수 없습니다.
문득 막걸리 한 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운전만 아니면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는 아쉬움을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손으로 뚝배기를 들어 국밥 한 방울을 털어 넣었습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텅 빈 뚝배기를 뒤로하고 나왔습니다. 뚝배기가 비워진 만큼 내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참, 내 돈 내고 내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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