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낙처럼 정겹게 반기는 후덕한 통영 서피랑 후박나무
벌써 시월하고도 중순입니다. 쏜살처럼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온전한 위로에 마음을 놓고 느릿느릿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는 곳이 통영입니다. 이 중에서도 서피랑의 후박나무는 시골 아낙처럼 정겹게 반기고 곁을 내어줍니다.
서피랑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차를 세웠을 뿐인데도 마음은 넉넉해집니다. 후박나무로 곧장 가려면 99계단이 시작하는 아랫동네에서부터 시작하면 빠르지만, 굳이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서피랑 공원을 따라 나선형 산책로를 걷기만 해도 넉넉한 통영항의 풍경을 안으며 풍성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는 길은 심심하지 않습니다. 각종 시화가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의 생가가 근처인 까닭인지 선생의 말씀이 칙칙한 시멘트 벽면을 화사하게 가려줍니다.
서포루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돌아간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서포루에 앉아 오가는 바람과 정답게 인사를 나눕니다. 주위 파노라마 풍광은 덤으로 반갑게 구경합니다.
저만치 세병관도 보이고 북포루도 반갑게 얼굴을 내밉니다. 오가는 바람 곁을 지나 아래로 내려갑니다.
<돌아와요. 충무항에> 노래비가 다시금 걸음을 세웁니다. 노랫말을 따라 읽노라니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빨간 서피랑 등대가 우리를 반기는 사이로 99계단으로 가는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곁에는 우리를 뱃사람으로 만드는 조타기 포토 존이 있습니다. 잠시 조타기를 만지며 넘실거리는 통영항 풍경을 꾹꾹 눌러 담습니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우리의 일상이 가까워집니다.
본격적으로 99계단을 따라 걷습니다. 앙증스러운 조형물과 그림들이 걷는 동안 살며시 입꼬리 절로 올라가게 합니다.
다시금 이곳에서 박경리 선생을 만납니다.
곁을 지나자 서피랑길 도로이정표와 함께 계단이 통영 풍경을 와락 안겨줍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걸음을 피아노 계단이 옆으로 불러 세웁니다.
장미 터널을 지나고, 능소화 터널을 지납니다.
서피랑 음악 파이프도 지나자 드디어 오늘 목적지인 후박나무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후박나무 곁에서 피아노 계단이 에둘러 있습니다. 걸음마다 피아노 건반 소리가 울릴 터이지만 오늘은 그저 나무 곁에서 주위 풍광을 담아내고 싶어 곧장 향했습니다.
<우리 나무의 세계(박상진 지음, 김영사 출판사)>에 따르면 후박나무는 남해안, 울릉도, 제주도 및 남쪽 섬 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 늘 푸른 큰 나무라고 합니다.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음을 나타날 때 쓰는 ‘후박하다’에서 연유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라고 하는 후박나무는 ’일부 울릉도 주민들은 유명한 호박엿이 옛날에는 ‘후박 엿’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후박 껍질을 넣어 약용으로 후박 엿을 만들어 먹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호박엿이 되었다.’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나무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곧고 늠름하고 듬직하고 잘생긴 이성이 나를 안고 팔을 벌린 듯합니다. 나무에 안겼습니다. 손을 살며시 내밀어 기운을 얻습니다. 바깥 모양이 너그럽고 편안한 모습이 일상 속 딱딱한 긴장의 근육을 풀어줍니다.
이곳에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도, 거세게 부는 바람도 느릿느릿 느려집니다. 눈이 가는 풍경들을 따뜻한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풍경과 마주치는 장면 장면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나무는 손인 양 가지를 뻗어 하늘을 가렸습니다. 풍성한 그늘 덕분에 더욱 아늑합니다. 나무와 함께 구름처럼 떠 있는 듯합니다.
벤치에 앉아 바람 장단에 육중한 모습을 간간이 흔들흔들 춤을 추는 나뭇잎을 멍하니 봐도 좋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봐도 좋습니다. 넉넉한 시골 인심을 만나는 듯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래에 앉아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주위 풍광이 녹아든 커피는 달곰합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습니다.
후박나무의 인심에 마음을 뺏기고 나면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이곳에서만큼은 시간은 짧게 느껴집니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부드럽습니다. 이 모두가 평화롭습니다. 덕분에 마음에는 평온이 일렁입니다.
200년이 넘은 서피랑 후박나무가 건네는 후덕한 인심에 마음이 놓여 오래도록 곁에서 머물며 일상 속 번뇌를 씻습니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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