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안정리 느티나무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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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안정리 느티나무 너른 품에 안겨 일상 속 찌꺼기를 비우다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놓치는 것이 주위 경관뿐 아니라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속도를 줄이고 인생을 즐기려고 오히려 느릿느릿 둘러 가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에서 숨을 고릅니다. 통영 광도면 안정리 느티나무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슬며시 건네줍니다.

 

분주하게 오가는 길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방산 자락이 보입니다. 벽방초등학교 옆을 지나 주택가로 향하면 저만치에서도 정답게 손 내미는 나무가 있습니다. 200년이 가까이 되는 느티나무가 두 팔을 벌려 한껏 우리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안정리 1395번지에 있는 느티나무로 높이는 21m, 가슴높이 둘레는 약 7.5m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빙 둘러앉아 쉬는 평상 같은 쉼터가 있습니다.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듯 숨을 고릅니다.

 

나뭇결에 손을 얹습니다.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하늘의 기운이 나무를 따라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기분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초록 잎을 머금은 나무 자체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나뭇가지는 여럿인데 하나로 뭉쳐 있습니다. 마치 한 부모 아래에서 나와 일가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느티나무 품 안은 뙤약볕 아래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농민들의 안식처였습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하는 광장이기도 했습니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농사짓는 농민들도 없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도 사라졌지만, 오가는 길손을 말없이 언제나 반겨줍니다.

 

덕분에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시며 나무가 주는, 건네는 바람의 인사를 반갑게 맞습니다.

 

나무 곁에는 상촌마을 회관이 있습니다. 웃땀이라고 불리는 상촌마을은 상촌, 후중촌, 구석촌이 있습니다. 벽방산 기슭의 가장 위쪽 뜸에 자리한다는 웃땀의 한자명이 상촌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에서 산을 봅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울창한 숲을 이룬 청산을 뜻하는 벽산에서 유래했다는 벽방산이 아늑하게 보입니다. 벽방산은 고성군과 통영시의 경계를 이루는 통영 최고봉인 해방 약 650m입니다.

 

탑돌이 하듯 느티나무 주위를 걷고 걷습니다. 돌고 도는 쳇바퀴 일상에서 벗어나 숨을 고릅니다. 느티나무와 함께하는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을 감쌉니다.

 

느티나무의 너른 품에 안겨 일상 속 찌꺼기를 비웁니다. 유유자적 나무가 그리는 풍광을 선물인 양 받습니다.

 

나무 아래 잠시 눕습니다.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느티나무의 숨결 덕분에 보약 한 첩을 지어 먹은 듯 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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