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다 쓴 치약을 쥐어짜듯 자판을 두드린, 쉬는 날의 글로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3. 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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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치약 마지막을 짜듯 내 안에서 글자를 토해냈다. 노트북 자판을 툭툭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머릿속에 든 것과 달리 밀려 나오는 글자 속도기 비슷하다. 머리에 든 것도 밀어낼 담은 생각도 적기 때문이다.

 

쉬는 날, 아침을 먹고 진주시립 연암도서관으로 오전 740분쯤 출근(?)했다. 목표로 삼은 글은 4. 1시간에 하나씩 찍어내듯 글을 썼다. 정오 무렵에 4편의 글을 마무리했다. 글 쓰는 중간중간 티오티 블랙으로 부족한 양분을 채워넣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글로자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이태리 때밀이 타올로 불려낸 몸을 밀어내듯 글자들을 노트북 자판에 채워 넣었다.

 

글 하나를 마무리하면 도서관 내 휴게실에서 물만 먹고 가는 토끼처럼 정수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깊이 없는 글이라 어렵지 않게 쓰였지만 역시나 3편을 마무리하고 남은 1편을 마무리하는 과정은 여느 3편의 글과 달리 호흡이 길었다.

 

세워둔 차 안에 들어가 눕기도 하고 도서관 주위 저물어가는 목련도 바라보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내 안의 찌꺼기를 비우러 화장실로 향했다.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화장실 입구에 걸린 걸개 문구가 나에게 힘을 준다.

덕분에 쉬는 날 글쓰는 근로자로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다.

이제 비운 것을 채우러 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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