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고집스러운 사진 하나하나에 깃든 빛그림-손병효 사진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3. 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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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일상 속 평범한 가운데 미적 감수성을 발견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예술가라 부릅니다. 예술가들이 일상에 찾아낸 평범한 듯 비범한 장면은 때로는 우리에게 삶의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더구나 고집스럽게 아날로그 대형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우리에게 펼쳐 보인 이가 있습니다. 밀양 태생의 손병효입니다.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전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햇살이 곱게 드리워 몸과 마음이 넉넉합니다. 오가는 바람마저 달곰합니다. 전시장 입구에 서면 서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형상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볼 게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태양을 봐야 하겠지만 너무도 눈부셔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조형물과 기분 좋게 헤어져 밀양아리랑 전시관으로 향하자 입구에서 밀양아리랑 빛으로 스며들다-황무 손병효 사진전안내 배너가 우리를 반깁니다.

 

밀양아리랑 빛으로 스며들다라는 황무 손병효 사진가의 예술관이 여기에 깃들어 있습니다. 1, 2 전시실을 합쳐 전시전이 열리는데 크게 시원한 풍경이 넓은 전시장을 한가득 채웠습니다.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선글라스 쓴 사진가의 소개 사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밀양 문화관광재단 기획 초대전이라는 안내 글자 아래로 아리랑 글씨체 흥겹게 전시 속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사진전은 202337일부터 319일까지 밀양아리랑 아트센터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본격적으로 전시물을 구경합니다. 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합니다.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끄는 사진 작품들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치 낯선 이의 방문을 환영하는 듯 영남루 위로 활짝 핀 불꽃 사진이 우리를 먼저 반깁니다. 덩달아 흥겨운 밀양아리랑 한 소절이 절로 입가에 맴돕니다.

잠시 불꽃에 우리의 마음을 뺏겼다면 깊은 밤, 영남루 풍경은 우리에게 어서 밤이 오라 재촉합니다. 밤이 오면 어서 가서 보고 싶어집니다.

 

영남루 사진을 지나자 큰 바위 얼굴이 나옵니다. <적조암>입니다. BESSA R2로 찍은 사진입니다. 일본 코니사가 만든 필름 RF카메라로 담아낸 적조암은 큰 바위 얼굴입니다. 또한, 저의 옆 모습인 듯합니다. 중년의 뱃살이 바위로 표현된 양 민망하면서도 즐겁게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바위를 지나자 <사자평 돌배나무꽃>이 우리를 환하게 웃으며 반깁니다. 마침 전시작을 구경하는 반백의 어르신 머리를 닮았습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돌배나무꽃은 핫셀블라드*1D로 찍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쉽게 찍고 소비하는 우리에게는 묵직한 중형카메라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데 사진가가 오히려 즐기는 듯합니다.

 

돌배나무를 지나면 소나무가 나옵니다. 하동 악양면에 있는 11송을 담았습니다. 노전마을의 지킴이로 신이 깃들여져 있다고 여겨지는 십일천송이라 불리는 소나무는 멀리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크기도 다른 11그루가 잘 어울려져 있는 나무입니다. 11그루의 소나무가 한 그루처럼 하모니를 이룬 모습이 정겹습니다.

 

늘 푸른 소나무를 지나자 눈 덮인 밀양 설경이 나옵니다.

설경을 지나면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인 <종남산 춘설>이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강하게 붙잡습니다. 대형 카메라인 린호프 6*1720134월에 찍은 사진입니다. 조리개(F) 45에 셔터 스피드가 1/2초입니다. 느린 시간 덕분에 하회마을처럼 밀양강이 밀양을 에워싸고 흘러가듯 주위 눈 덮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춤을 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우리에게 전합니다.

 

봄이되 봄 아닌 신비로운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다시 걸음을 옮기면 층층폭포의 겨울과 가을을 담은 사진 앞에서는 절로 입이 벌어집니다.

 

니콘 810으로 찍은 사진과 린호프 6*17 겨울과 가을 풍경이 사진은 장비발(?) 아니라고 넌지시 일러줍니다. 니콘 810은 사진 입문자와 초급자가 대체로 찍는 카메라입니다.

 

전시 끝자락에는 영남루 야경과 시레호박소, 표충사 사계 등 밀양 8경이 전시장을 떠나는 걸음을 더욱 아쉽게 합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사진들은 참 고집스럽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대형 카메라를 들고 필름에 빛을 담아 오늘 우리에게 펼쳐 보였습니다. 2023년 밀양 방문의 해를 맞아 밀양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주기에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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