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처럼 맑고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김해 다문화거리
즐겁게 길을 잃었습니다. 코로나19로 외국 나들이가 어려운 요즘, 국내 속에서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김해 다문화거리를 상쾌하게 다녔습니다.
김해 동상동사무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파사석탑이 처음 모셔졌던 장소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먼저 끕니다. 파사석탑은 서기 48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에게 시집올 때 거친 파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전해옵니다. 100% 다 믿을 수 없지만 가락국왕의 국제결혼을 통해 이미 우리는 다문화를 접하기 있었는지 모릅니다.
주차장을 따라 벽화들이 발길과 눈길을 이끕니다. ‘외국인 근로자와 和(화)‧通(통)한 김해 만들기 – 걷고 싶은 “다문화 화합의 거리”’라는 표지만이 좁다란 골목에서 우리를 이끕니다.
빛바랜 벽화는 다문화 이야기책입니다. 다양한 말들로 적혀 있는 인사말을 따라 읽습니다. 덩달아 외국 어느 곳에 온 듯합니다.
걸음은 주택가를 지났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시간 사치를 누리며 걷습니다. 주택 골목에서 서려 있는 사연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걷는 여유가 좋습니다.
김해읍성 북문에 이르렀습니다. 북문을 탑돌이 하듯 돌고 동상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 주위에는 다양한 가야 캐릭터가 눈길과 발길을 끕니다.
시장 골목에서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곳곳에 있습니다. 덕분에 숨을 고르며 한껏 넉넉해집니다.
시장 곳곳의 가게에도 아시아 국기들이 붙어 있습니다.
동상시장 청년몰 ‘동춘씨’도 지납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그냥 지나칩니다. 시장 천장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깃발들과 소개 글들이 붙어 있습니다.
태극기와 함께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마치 아시아 국가들의 정상 회의를 하는 양 다정합니다.
골목 한켠 경고문도 여러 나라말로 쓰여 있습니다. 옛 가야 시대에도 이렇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오가며 무역을 하고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베트남어로 쓰인 간판 등이 발걸음을 세웁니다. 한글 간판과 함께 다국적 글들로 쓰여진 글들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골목과 골목. 어디로 가야할지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걷습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유쾌합니다.
김해 지역에서 3.1만세운동이 처음 전개했던 뜻깊은 곳임을 알리는 표지석에서 발길은 멈췄습니다. 다문화거리에서 우리 근대 역사를 만납니다.
외국인마트라서 내국인의 출입 금지한다는 가게 앞 안내 문구가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대한민국 속 아시아에 온 기분입니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덩달아 마음도 상쾌해집니다. 걸으며 마시는 캔커피의 달곰한 맛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합니다.
시간의 속도를 늦춰 걷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층층이 겹쳐져 우리에게 펼쳐져 다가옵니다.
낯선 거리에서 아시아인들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집니다. 김해 다문화거리는 오랜 친구처럼 맑고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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