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겨울을 떨쳐내고 섬진강으로 봄마중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  섬진강 주위에 요즘 봄 기지개가 한창이다. 봄의 전령, 매화와 산수유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서 섬진교를 건너면 전남 광양시 다압면으로 갈 수 있다.

 

 

섬진교 건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매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섬진강변에 붉은 홍매와 하얀 백매화가 마치 팝콘을 갓 튀겨낸듯 길가에서 고소하게 피어있다.

 

 

매화마을 들머리에는 빼어난 경치를 벗 삼을 수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수월정은 광양출신으로 조선 선조 때 나무목사를 지낸 정설이 늙은 나이에 세월을 보내기 위해  1573년 세웠던 정자.

매화꽃길은 광양과 하동을 연결하는 섬진교 서단의 원동마을에서 두 갈래로 나눠진다. 861번 지방도를 따라 신기마을을 지나면 외압마을과 내압마을을 거쳐 섬진마을에 이른다. 섬진교에서 강변길을 택하면 어린 매화나무 가로수가 상춘객들을 맞는다.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꽃망울을 팝콘처럼 활짝 터뜨린 강변길은 섬진강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

 

 

이곳의 멋진 풍경과 정자의 아름다움에 반한 송강 정철이 수월정기라는 가사를 지어 아래와 같이 노래했다.

 

달빛이 비추니 금빛이 출렁이며

그림자는 잠겨서 둥근 옥과 같으니

물은 달을 얻어 더욱 맑고

달은 물을 얻어 더욱 희니

곧 후(정설)의 가슴이 맑고 투명한 것과 같다.

 

정자에 앉아 섬진강을 바라보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송강 정철의 가사가 아니더라도 절로 시 한 수 읊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화강석 원석으로 두꺼비 기단과 나룻배 문양을 조각해 설치한 섬진강 유래비와 1971년 정설의 후손들이 수월정이 이곳에 있엇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수월정 유허비가 있다.

예부터 주요 통행로인 섬진나루에는 1705년에 수군진(水軍鎭)이 설치되어 1895년 진(鎭)이 폐쇄되기까지 수백명의 병사와 여러 척의 병선이 주둔하였다.

섬진진터는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매복주둔시킨 곳으로 선조 36년(1603년)에는 도청창이라는 창고를 설치하고 민간인 자원병으로 구성된 모군을 두어 지키게 했다.

숙종 31년(1705)에는 진으로 승격시켜 통영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의 직할진이 되었다가 고종 32년(1895년) 갑오개혁 때 폐쇄되었다. 예전에는 석비좌대가 17기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4기만 남아 있다.

 

 

석조 뚜거비상은 치아가 빠진 입모양, 간략한 발 모습, 독특한 머리 모양으로 투박한 조선시대의 조각기법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섬진강은 고운 모래가 많아서 모래가람, 모래내, 다사강(多沙江),사천, 기문하,두치강으로 불리었다.  고려 초에 섬진강(蟾津江)이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고려 때 한여름 장마철에 두꺼비가 줄을 지어 몰려들었는데 그 길이가 10리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고려 우왕 11년(1385년) 왜구가 섬진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의 두꺼지 떼가 울부짖자 놀란 왜구가 피해갔다는 전설이 묻어 있다.  

 

 

정자와 두꺼비 상 사이로 섬진강을 내려다 보는 곳에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아름드린 나무는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과 소나기를 피할 곳을 마련해주고 가을이면 붉은 빛으로 갈아입고 강바람에 가지를 흩날릴 모양이다.

 

이제는 마을이름마저 섬진마을에서 매화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지금 매화나무가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매화마을을 지나 좀더 섬진강변을 내달리면 구례 산수유 마을을 만난다. 물론 4월이면 강건너 하동 상계사 가는 길은 벚꽃으로 우리를 또한번 손짓한다.

 

전북 진안군 팔공산 작은 옹달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지리산 피아골에서 하동까지 내달리며 우리에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하동 포구 팔십 리>을 돌아 광양만과 남해바다에서 고단한 몸을 뉘인다. 물론 섬진강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과 임신, 순창의 회문산, 광양 백운산을 거느리고 있다.

 

섬진강 그곳은 지금 봄의 기지개와 함께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섬진강으로 드라이브 떠나면 묵은 겨우내를 떨쳐버리고 싱그러운 봄을 한가득 안고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