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보입니다. 사연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하죠. 귀신 잡는 해병대 신화가 시작된 곳도 그렇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사무소를 지나 진주로 가다가 고개를 넘기 전 메타세쿼이아들이 우주의 기운을 모두 빨아들일 듯 서 있는 곳이 나옵니다. 메타세퀘이아 사이로 하늘을 향해 솟은 탑이 길옆에 나옵니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지산리 314-3가 바로 ‘해병대 진동리 지구 전첩비(海兵隊戰捷碑)’입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사이로 탑 아래로 경장갑차와 상륙장갑차, 탱크가 마치 호위하듯 서 있습니다. 안내판에서 진동리 지구 전투 상황도와 건립개요를 소개한 안내판을 찬찬히 읽었습니다.
진동리 지구 전투는 해병대 김성은 부대가 낙동강 전선으로 남하하는 북한군 제6사단 정찰대대를 궤멸시킨 전투입니다. 이 전투에서 김성은 부대는 전차 두 대와 각종 병기를 노획하고, 87명을 사살하고 3명을 포로로 잡은 전과를 올려 전장병이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고 하네요.
더욱이 전투에서 승리한 뒤 곧이어 통영 상륙작전에서 ‘귀신 잡는 해병대’의 신화를 창조했다고 합니다. 안내판을 읽는 동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장갑차와 탱크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계단으로 올라 탑으로 향했습니다. 높이 18m의 탑 앞으로 해병대 청동상이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투지 넘쳤던 해병대 열정이 그날을 되새기게 합니다.
탑 아래로는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살포시 손을 얹고 오래도록 눈을 감고 서섭니다.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를 떠오르게 합니다.
“~여기 자유 조국의 수호신으로 승천한 그대들의 빛나는 투혼과 공훈이 국토와 겨레의 마음속에 길이 살아 빛날 것이다.”라는 석판 위로 우리의 다짐처럼 햇살이 쏟아집니다.
탑 주위에는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인근 전역 해병대의 기념비가 함께하고 있네요.
시간 속으로 흐려진 기억 위로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진다. 탑 위로, 장렬했던 역사가 알알이 맺힙니다.
뒤에서 바라보는 탑은 마치 돛대처럼 거침없이 바람을 헤치고 나갈 태세입니다. 바람을 따라, 치열했던 역사를 품은 태극기가 흔들거립니다.
사연을 모르면 ‘해병대 진동리 지구 전첩비(海兵隊戰捷碑)’는 그저 돌덩어리에 불과합니다. 사연을 알고 자세히 보아야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던 숭고한 넋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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