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 많은 이들이 짜증이 났다. 더구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3세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건이 우리를 쓰라리게 한다. 그럼에도 실망은 이러다. 우리가 모를 뿐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 이가 우리 주위에 있다.
진주 남강의 진양호에서 발원해서 사천시로 흘러가는 가화천(加花川)
진주 남강의 진양호에서 발원해서 사천시로 흘러가는 가화천(加花川)이 지나는 사천 축동면 가산리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잠들어 있다.
사천시 가산리에는 조선 영조 36년(1760년)에 경상도의 우조창(右漕倉)이 있었다. 1894년 동학혁명으로 조창이 폐지될 때까지 인근 진주,곤양,하동,단성,사천,남해,의령,고성의 세금을 서울로 운송했던 곳이다.
가화천이 사천만을 만나는 언저리에 있는 가산교 근처 가산마을에 들어서면 가산(駕山) 조창진(漕倉津)이라는 비석이 먼저 반긴다. 조선 영조 36년(1760년)에 경상도의 우조창(右漕倉)이 있었다. 1894년 동학혁명으로 조창이 폐지될 때까지 인근 진주,곤양,하동,단성,사천,남해,의령,고성의 세금을 서울로 운송했던 곳이다. 당시 번영했던 흔적은 연희패 ‘가산오광대’와 가산리 석장승이 전해준다. 지금은 남해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들려주는 바람 소리뿐이다.
사천만
주위 상점 간판 속을 아무리 찾아도 ‘김 정부인 기념관’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는 동네 어르신이 일러 준 집으로 향했다. 손자가 거주하는 데 여러 사정 등으로 몇 해 전 기념관을 닫았다고 한다. 아쉬움은 남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그분의 묘소를 찾았다.
‘김 정부인 기념관’은 몇 해 전 여러 사정 등으로 문을 닫았고 현재는 손자가 거주하고 있다. 옛 기념관으로 가는 길.
한때는 학교 소풍지로 즐겨 찾았다는 후손의 말이 아니더라도 주위 경관이 좋다. 서정적 풍경 속을 잠시 걸었다.
기념관은 문을 닫아 ‘김 정부인 기념관’의 안내판이 아쉽게도 바닥에 버려져 있다.
내가 선 묘소는 조선 고종에게 정이품 종친과 문무관 아내에게 주던 정부인(貞夫人) 봉작을 받은 ‘꼼쟁이 할매’ 김정빈이다.
‘꼼쟁이 할매’로 불려던 정부인 김정빈 묘소 주위는 예전에 인근 학교 소풍지였다는 말처럼 풍광이 좋다.
재물을 쓰는 데 인색한 사람을 일컫는 꼼쟁이라는 별명을 안은 김정빈이 어떻게 정부인 봉작을 받았을까. 정부인 김씨는 1843년 3월 진주성 밖에서 무관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정부인은 17살에 당시 진주 나동 가산리로 시집을 갔지만, 남편은 가정을 버리고 밖으로 다녀 가난을 면할 수 없었다.
‘꼼쟁이 할매’로 불려던 정부인 김정빈
남편을 대신해 삯바느질과 품팔이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개똥을 주워모아 팔고 채소장사 등을 해 결혼한 지 3년 만에 논 13마지기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았다. 26살에는 백 마지기에 가까운 땅을 소유했다고 한다.
‘김 정부인’ 묘소
돈을 모을 때까지 부인은 조금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돈을 아껴 하루에 반푼도 사용하지 않았다. 10년간은 점심을 걸렀다고 전한다.
‘김 정부인’ 묘소 앞에 세워진 송덕비
어렵게 모은 재산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환원했다. 특히 정부인은 1909년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진주제일보통학교(현 진주초등학교)에 공사비를 지원해서 여학생 전용 교실 2칸을 신축 기증했다. 이 덕분에 경남 지역에 여자 초등교육의 효시인 진주제일보통학교에 3년제 여자부가 신설되었다.
‘김 정부인’ 묘소에서 바라본 사천만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 정부인 김씨의 이야기는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우리에게 내리는 죽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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