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맞고 싶었다. 성큼 다가선 봄바람을 온몸으로 담고 싶었다. 섬진강, 하동 송림 사이로 살랑이는 봄바람을 만나러 나섰다.
송림공원은 수채화 같은 초록빛을 뿜어낸다. 공원 입구에서 공손하게 인사하느라 기운 듯한 ‘맞이 나무’가 반긴다. 조선 영조 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심었던 솔숲이 현재의 하동 송림이다.
750그루가 자라는 송림에는 유명한 4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좀 전에 본 ‘맞이 나무’를 비롯해 ‘원앙나무, 고운매나무, 못난이 나무’가 주인공이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송림을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껴안은 일명 ‘부부송’이라 불리는 연리목 ‘원앙나무’의 정겨운 모습이 평화롭다.
송림에 발을 들여놓자 솔향이 은은하게 코를 맑게 한다. 덩달아 기분도 상쾌하다. 솔향에 몸을 맡기자 부질없는 고민들이 담담하다. 부드러운 흙길 위에 내려앉은 솔잎이 푹신푹신하다. 몸이 개운하다.
하늘 향해 솟구친 소나무를 슬며시 만졌다. 푸른 하늘의 기운이 내게 전해진다.
새 생명을 품은 열매들은 우주로켓처럼 당당하다.
소나무들은 제 살아왔던 삶대로 이리 휘고 저리 굽어,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문득 소나무 아래 막걸리 한 잔이 그립다. 흐르는 듯 잔잔하고 멈춘 듯한 섬진강이 권하는 한 폭의 그림을 안주 삼아 스스럼없는 삶을 강에 띄우고 싶었다.
하얀 모래밭으로 향했다. 신발을 벗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 가볍다.
강너머로 봄이 그린 수채화가 산에 걸렸다.
소나무 숲 사이사이로 바람이 시원하다. 답답하던 가슴 속이 후련하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일순간 소나무는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알은체를 한다. 봄이 가슴속을 가득 채운다.
섬진강, 하동 송림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이는 부는 이곳은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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