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자릿세 걱정 없이 더위 내려놓고 시원한 추억만 챙긴 산청 송정숲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8.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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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송정숲에서 보낸 행복한 여름

 

덥다고 선풍기, 에어컨 바람에 취하기 싫었다.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근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콩닥거린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귓속에서 졸졸졸 젖어든다. 814일 우리 가족 모두는 경남 산청 송정숲에서 흐르는 물에 발 담그러 갔다. 더위를 내려놓고 자릿세 걱정 없이 시원하고 좋은 추억만 담아 왔다.


43500규모의 자연 발생 유원지인 경남 산청 송정숲은 가족 피서지로 최고다.

 

산청군 삼장면 삼장초등학교에서 현수교처럼 생긴 예쁘장하게 생긴 다리를 건너면 송정숲이다. 우리 가족은 이른 시간에 출발해 도착했지만 송정숲 계곡 옆에는 벌써 사람 반 물 반이었다. 43500규모의 자연 발생 유원지인 송정숲은 가족 피서지로 최고라는 이름 그대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다. 숲은 배수가 잘되는 모래땅이라 캠핑하기 좋은 곳이라 빽빽하게 텐트가 처져 있다. 다행히 텐트를 피해 우리 가족 쉴 돗자리 깔 곳을 찾았다.



산청 송정숲은 가족 피서지로 최고라는 이름 그대로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다.

 

송정숲은 없는 게 많아 좋다. 자릿세가 없고, 주차료와 입장료도 없다.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매점 수익금으로 숲을 관리한다. 주차장은 삼장초등학교 쪽 큰 에 있는 송정숲 주차장과 숲 뒤 송정상회 옆 주차장이 있다. 캠핑 도구 등을 옮기기에는 숲 바로 옆에 있는 송정 숲 상회가 가깝다. 화장실은 송정숲 상회 근처와 다리 건너 큰길에 있다. 아쉬운 것은 샤워장이 따로 없어 송정숲 상회에서 돈을 내고 가게에서 만든 간이 샤워장을 사용해야 한다. 숲에 캠핑을 위해 수돗가가 있고 피서지 문고가 있다.

 


산청 송정숲 유원지 물은 맑다.

 

펼친 돗자리에 가져온 짐을 내려놓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연 풀장 속으로 갔다. 지난해보다 더 가물어 깊은 곳이라고 해봐야 어른 가슴까지 물이 찬다. 덕천강 물길을 막아 놓은 보()는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딱 좋을 정도의 수심을 유지한다.

 

얕은 수심에 마치 엉금엉금 물속을 기어가는 도마뱀처럼 물속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조카 녀석은 물총에 물을 가득 담아 물을 쏘며 더위 사냥에 나섰다. 서로 물을 튀기며 물장구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정겹다. 지켜보는 나 역시 입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처럼 물속을 걷는 우리를 피해 작은 물고기들이 투명한 물속을 이리저리 헤엄친다. 수경을 쓰고 이리저리 물고기를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이 부럽다. 튜브에 의지해 깊지 않은 천연 풀장을 유유히 다니는 모양새들이 보기 좋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물소리, 웃음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물에 발 담근 채 책을 읽는 그에게 조선 선비를 엿보았다.

 

저만치 지리산 자락을 따라 우리처럼 바람에 날개를 맡기고 유유자적하는 듯 하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쭉 펼쳐 날아간다. 하얀 새가 날아간 느티나무 아래에는 물소리, 웃음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숲에 있는 피서지 문고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지 사람이 있다. 느티나무 아래 앉아 발을 물에 담근 채 책을 읽는 그에게 조선 선비를 엿보았다.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맹자> 굴원 고사에서 따온 탁족처럼 신체 노출을 꺼렸던 선비들처럼 더위를 쫓으며 학문과 인격 수양을 위해 계곡 물에 발을 담근 선비 같다.

 


산청 송정숲 유원지는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해 물 반, 사람 반이다.

 

튜브에 드러누웠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았다. 살랑살랑 물결 따라 움직이는 튜브에서 바라보는 느티나무 잎새의 들고나는 그림자가 수묵담채화같다. 초록이 내려앉은 곳에 내 마음의 평화가 머문다. 몸과 물은 예전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유유히 흐른다. 흘러가는 튜브 속에서 여름도 잠시 속도를 늦춘다. 늦춘 시간만큼 마음은 넉넉해지고 즐겁다. 방전된 나를 충전해준다.

 


튜브에 드러누워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초록이 내려앉은 곳에 내 마음의 평화가 머문다.

 

물가 울창한 숲 그늘에 달콤한 낮잠을 자는 사람들 사이로 캔맥주를 건네며 이야기꽃이 핀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더위를 식히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바라보는 사람마저 시원해진다. 숲을 가로질러 흐르는 얕은 실개천에 가져온 의자에 기대어 발을 담고 발가락 사이로 들려오는 여름 물 소리에 귀를 열고 지그시 눈 감은 사람 뒤로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벌써 점심때인가. 여기저기 숯을 피워 고기 굽는 냄새가 숲에 퍼진다. 냄새를 따라 물속에서 한참을 놀다 온 아이들이 뛰어온다.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권하는 엄마 옆에서 맛깔스럽게 먹는 아이 모습이 행복하다. 행복한 여름날 오후가 이렇게 흘러갔다.

 


산청 송정숲을 가로질러 흐르는 얕은 실개천에 가져온 의자에 기대어 발을 담고 발가락 사이로 들려오는 여름 물 소리에 귀를 열고 지그시 눈 감은 사람 뒤로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무더운 여름이 생의 한가운데를 지나지만 지친 눈은 진초록 숲에서 씻고 피곤한 어깨는 여름 물에 기대었다. 한나절 시원한 물가에서 더위를 쫓고 나면 첫사랑만큼이나 강렬한 여름날의 추억으로 남는다. 추억 따라 굳은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려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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