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출근하듯 집 나서 만난 마음 씻어주는 시원한 풍경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7.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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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강주 연못은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더위에 숨넘어간다.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일할 때면 시원한 바다와 계곡이 나도 몰래 떠오른다. 도심에서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마저 시원하게 씻어주는 풍경을 만나러 휴무날인 21일 마치 출근하는 사람처럼 집을 나섰다.

 


진주 강주 연못

  

경남 진주에서 사천으로 가는 길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를 지나 정촌면 예하리 예하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강주연못이 나온다. 강주는 진주의 옛 지명이다. 고려 태조 23년인 940년 강주(康州)를 진주로 개칭해 현재에 이른다. 이곳 강주 연못은 군대가 머물렀는데 강주 진영(陣營)이 있던 자리다. 강주 연못은 정확하게 언제 축조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강주라는 지명과 못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5~600년의 이팝나무 4그루 등으로 미루어 아주 오랜 시절부터 있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연못의 둘레는 약 600m, 면적은 약 18,000의 자연생태공원이다. 이팝나무를 비롯해 팽나무, 소나무, 용버들 등으로 숲이 만들어져 있다. 2005년 공원을 만들면서 342만여 본이 수목과 야생화가 심겨 있다.

 


진주 강주 연못 위 하얀 구름 사이로 간간이 드러내는 파란빛 하늘을 무대로 양 날개 끝을 붉게 칠한 비행기가 헤어진 연인처럼 무심하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연못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착한 시각은 아침 9. 도시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싱그러움이 일렁인다. 가벼운 차림으로 연못을 돌아다니는 산책객 사이로 바람이 시원하게 휘익지난다. 하늘에는 인근 공군부대 훈련기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든다. 연못은 드문드문 연꽃을 드러낸 초록빛이 천지삐가리다.(아주 많다)

 


무리 지어 핀 노란 금불초 덕분에 마음마저 화사하다.

 

우렁찬 매미 소리 응원 삼아 나무데크 사이를 둘러보는데 저만치 노란 빛깔의 거미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도 큰 대자로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 연못에 사는 곤충이며 수생식물, 연꽃에 관한 안내판을 혹시라도 만나면 아는 체를 할 요량으로 찬찬히 읽었다.

 

하얀 구름 사이로 간간이 드러내는 파란빛 하늘을 무대로 양 날개 끝을 붉게 칠한 비행기가 헤어진 연인처럼 무심하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 강주정에 이르자 벌써 어르신 한 분이 정자에 누워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연잎 사이로 빨간 고추잠자리도 내려앉아 쉰다. 날개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나래를 확 펼쳐 날아간다.

 

정자 옆으로 나무 높이가 18m가량 되는 수령 600년이 넘은 이팝나무 네 그루가 청량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이팝나무 뒤에는 카페<이팝나무>가 있다. 하얀 이팝나무꽃을 닮은 빙수 한 그릇 간절하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문 열기 전이라 아쉽다. 정자 뒤편으로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너른 들판이 화사한 초록빛으로 펼쳐진다.

 

<고려조 강주진영 유지(高麗康州陣營遺趾)> 돌비석 앞 평상에는 참새 한 마리가 종종거리며 돌아다닌다. 무리 지어 핀 하얀 개망초와 노란 금불초 덕분에 마음마저 화사하다. 연잎 사이로 빨간 고추잠자리도 내려앉아 쉰다. 날개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나래를 확 펼쳐 날아간다. 날아간 위로 하늘 높은 곳에는 백로가 여유롭게 긴 날개를 펼쳐 바람에 몸 맡겨 하늘을 헤엄친다.

 


연잎에 물방울이 모였다. 곱다. 보석처럼 빛난다.

 

바람이 불자 연잎이 일렁인다. 바람결 하나까지 다 품고 일렁이는 바람은 나를 긴 의자로 이끈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바람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안의 묵은 찌꺼기를 덜어낸다.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겨 쉬는데 개미가 내 다리 위를 기어올라 간지러움을 태운다. 입에서 바람을 일으켜 녀석을 떨구었다. 어느새 다른 개미가 다시 내게 다가온다. 결국, 자리를 일어났다. 아기를 가슴에 안고 산책하는 사람 사이로 연꽃의 화려한 자태를 담으려는 지 여기저기에 삼각대와 긴 망원렌즈를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내 머리 위 나무에도 새 한 마리가 물구나무서듯 고개를 아래로 내려 나를 본다. 우리는 눈이 맞았다. 씨익 웃었다.

 

연꽃의 화려한 분홍빛 유혹에 빠져 걸음을 멈추자 내 머리 위 나무에도 새 한 마리가 물구나무서듯 고개를 아래로 내려 나를 본다. 우리는 눈이 맞았다. 씨익 웃었다. 녀석은 푸드덕 날아 근처의 나무로 옮긴다. 연꽃 보러 나무데크 사이로 좀 더 다가갔다. 연잎에 물방울이 모였다. 곱다. 보석처럼 빛난다.

 


강주 연못의 연꽃.

 

산책로를 왼편으로 노란 호박꽃이 아름답게 핀 밭 너머로 빨간 고추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옆으로 참깨가 하얀 꽃을 피웠다. 오른편에는 파란 닭의장풀이 살포시 고개 숙였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팔을 한껏 흔들며 가볍게 뛰어간다.

 


빠른 걸음이면 15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연못을 2시간여 두 바퀴 정도 걸었다. 강주연못에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빠른 걸음이면 15분 정도면 걸을 수 있는 연못을 2시간여 두 바퀴 정도 걸었다. 강주연못에서는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진다. 멈추어진다. 곳곳의 긴 의자에 앉아 초록빛 가루 햇살과 바람에 샤워하노라면 시간은 금방이다.

 


시간이 멈춘 듯 온 세상 평안한 강주 연못에서 익어가는 여름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원래 처음 시작한 곳으로 다시 오자 목련 나무 아래에서 아저씨가 책을 읽는다. 산책하는 동안 벌써 책을 가운데까지 읽었는지 두툼한 책이 절반 가까이 넘어갔다.

 

흐르는 바람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길을 밟자 시간마저 시나브로 흐른다. 시간이 멈춘 듯 온 세상 평안한 강주 연못에서 익어가는 여름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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