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창원여행- 시장할 때 시장으로 가자, 창원 상남 대끼리 시장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2.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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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상남동 대끼리 시장

 

36.5도의 체온이 그리운 겨울이다. 따뜻한 체온을 시장에서 살 수 있을까. 팔고 있을까. 달근한 막걸리에 노른노른 구워진 파전이 체온과 함께 그리운 날 경남 창원 대끼리 시장으로 떠났다.

 

 

문득 그리우면 집을 떠나면 좋다. 더구나 사람을 만난 생각이면 자가용 승용차를 버리고 버스를 타면 더 자유롭다. 창원종합터미널.

 

단발머리 여고생이 연신 손바닥만 한 거울을 보며 입술을 붉게 물들인다. 어디 나처럼 사람을 만나러 가는 모양이다. 1211일 토요일, 학교 가지 않는 날 아침이라 자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아침 챙겨 먹고 시내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경남 창원에 약속이 있어 시외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내버스는 꾸역꾸역 사람들을 태웠다. 맨 뒷좌석에 자리가 남아 용케 앉았다. 생머리가 긴 아가씨 한 명이 손거울로 얼굴을 살핀다. 건너편 아저씨는 아래위로 세트로 주황빛 도는 등산복을 챙겨 입었다.

 

 

계획도시 경남 창원은 가로수로 심어진 메타세쿼이아가 아름답다.

 

진주 장대동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내렸다. 아이 두 명이 부모 손잡고 신나게 걸어간다. 70대 노부부는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끌고 간다. 롯데리아에는 군인들로 가득했다.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마시는 모습이 신나 보인다. 창 너머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역시 기분이 좋다. 건널목을 건너 시외버스 터미널로 들어섰다.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갔다. 한쪽 벽면 가득 큰 거울에 좀 웃어봐요라는 광고문구에 나도 거울 속 나를 보며 입을 옆으로 최대로 벌리고 누런 이를 드러냈다. 오늘은 쉬는 날. 창원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창밖 풍경 보는 둥 마는 둥 졸다 눈뜨자 창원이다.

 

 

창원 상남동 대끼리 시장 옆에 있는 마다미 공원.

 

하늘이 맑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의 갈색빛이 좋다. 길 건너 메타세쿼이아 아래 긴 의자에 앉았다. 파란 하늘에 갈색빛 잎사귀들이 빛난다. 시내버스 노선을 유심히 살핀다. 가고자 하는 상남(대끼리)시장이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 물었다. 이들도 나처럼 창원 사는 이들이 아니다. 상남동 근처 있는 곳 가는 버스를 탔다. 어차피 시간은 넉넉하고 근처에서 걸어갈 셈이었다. 창원시청 앞 넓고 둥근 광장을 에워싼 이마트와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을 지나서 내렸다. 상남동이다. 얼핏 본 상남시장 이정표를 찾아 걷는데 이불 닮은 공공 조형물이 보인다. 때가 잔뜩 묻은 조형물의 이불을 걷어서 욕조에 담가 잘근잘근 밟아 땟물을 빼고 싶은 마음이다. 롯데백화점 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백화점에는 서로 좋아 죽겠다는 듯 청춘 남녀가 뒤엉켜 누워있다.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했다. 미용실 앞 길가 나무 테이블 위에 전기밥솥을 올려놓았다. 멋진 야외 식사가 될듯하다.

 

 

창원 상남동 마다미 공원은 시가 흐르는 공원이다.

 

상남동은 창원의 중심 상권으로 자리 잡아 온통 먹거리와 입을거리, 마실거리로 가득한 경에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빴다. 길을 묻는 내게 아주머니는 저긴데 오늘은 장날이 아닌데요. 장날은 4, 9일 열어요~”라며 건너편 시장 위치를 일러준다. 시장에 장을 보러 온 게 아니라 먹으러 온 까닭에 장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귀여운 도깨비 캐릭터가 먼저 눈에 띄는 대끼리 상남시장선간판이 정겹다. ‘아주 좋다(大吉)’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상도 지역말이 나도 모르게 착 입에 붙는다. 마치 마법주문처럼 대끼리~’를 읊조리며 시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창원 도심에서 만나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은 창원의 옛 역사를 엿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념석이 눈에 띈다. “여기는 67년 동안 1만여 졸업생을 배출한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 상남초등학교의 옛터이다~”로 시작하는 상남초등학교 옛터 기념석이다. 옛 학교터는 창원 도시 계획에 따라 옮기고 지금 현재는 공원 등으로 바뀌었다. 공원 옆에는 창원 공영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인 누비자 자전거 거치대 옆에 커다란 기림비가 서 있다. ‘마디미 기림비. '마디미'는 상남동에 있던 자연마을의 이름인데 마을 한가운데 있던 큰 바위(마디미)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림비를 찬찬히 읽으면서 창원의 옛 역사를 엿보는 기분이다.

 

 

창원 상남동 대끼리 시장. 대끼리는 아주 좋다(大吉)’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상도 지역말이다.

 

겨울이라 물이 흐르지 않는 분수대 옆을 지나자 시가 흐르는 공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인생은 연습이 없고/ 세월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소년아, 인생은 별것 아니니/ 오직 네 길로만 바르게 가거라라는 정규화(1949~2007) 시인의 <인생>이라는 시를 비롯해 김태호 의 <고향의 노래>, 설창수 시인 등의 시가 곱게 씌여져 있다. 시가 흐르는 사이로 묵직한 바위 덩어리가 한쪽에 있다. 청동기 시대 무덤인 고인돌이다. 지석묘(支石墓). 여기 고인돌은 내부에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자른 돌로 석관(石棺)을 만들고, 그 위에 많은 자른 돌과 큰 돌을 덮은 뒤 다시 굄돌(支石)과 덮개돌(上石)을 올린 구조다. 기원전 4~5세기 이 지역 우두머리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돌 하나, 흙 한 줌 예사롭지 않다.

 

 

창원 상남동 대끼리 시장은 먹거리 가득한 시장이다. 식당으로 가득한 3층 안내판.

 

시장 주위에서 즐겁게 산책을 마치고 지금은 세일중이라는 시장으로 갔다. 온통 먹을 곳이다.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시장이 문은 닫는 늦은 시간에 이곳에 상설 야시장 대끼리 야시장이 열린다는데 아쉽게도 낮이라 야시장의 먹거리는 챙길 수 없다. 온통 식당으로 가득한 3층 한쪽에는 대끼리 문화살롱 아카데미 강좌를 알리는 펼침막이 눈길을 끈다. 그림과 춤, 엄마와 자녀가 행복해지는 과정 등의 강좌가 12월까지 열린다는 문화살롱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곳이 아닌 듯하다. 시장 바닥에는 흐르는 물살과 낭떠러지를 입체감있게 그린 바닥 그림이 재미를 더해준다.

 

 

관광형 시장인 창원 상남동 대끼리 시장, 1층 전경.

 

아쉽게도 약속장소로 잡은 맛집 닭갈빗집 문 여는 시각이 오후 2. 현재 시각은 12. 약속장소를 급하게 바꿨다. 1층으로 향했다. 가운데에 쉼터가 있는데 한쪽에 시장 DJ박스가 나온다. 노래잔치가 열리는 공간인 모양이다. 일행은 근처 국밥집으로 향했다. 밥을 먹기 전에 파전을 시키고 대끼리 막걸리를 주문했다. 1(750)800원에 팔리는 대끼리 북면 막걸리는 시장 상인회와 술도가가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상표를 개발하고 유통·판매까지 함께한단다.

 

달근한 막걸리 한 잔에 진한 사람 냄새가 녹아 있다. 시장이 반찬인가? 점심으로 주문한 돼지국밥도 맛나다. 이제부터 시장할 땐 시장으로 가야겠다.

 

연말을 맞아 이미 술에 절인 일행이지만 마치 와인 감별사처럼 막걸리를 입 안에 넣고 굴려 맛을 음미한다. 막걸리는 달근하다. 깊은 맛보다는 가볍게 쏜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전은 촉촉하게 입을 자극하고 달근한 막걸리는 눅눅하게 마음을 데운다. 덕분에 막걸리 7병을 4명이 비웠다.

 

막걸리 한 순배가 돌면 이야기가 산을 이루었다. 막걸리 한 잔에 진한 사람 냄새가 녹아 있다. 시장이 반찬인가? 점심으로 주문한 돼지국밥도 맛나다. 이제부터 시장할 땐 시장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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