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 시월의 마지막 날, 산청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하루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1.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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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목화시배지에서 열린 무명베 짜기 재현축제 현장을 가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가을을 건너뛰고 찾아온 바람에 추웠다. 따뜻한 옷의 소중함을 느끼며 집을 나섰다. 더구나 시월의 마지막 날이 아니면 안 되고, 경남 산청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정취를 찾아 걸음을 빠르게 내디뎠다.

 

 

간밤에 눈이 내린 듯 하얀 목화밭 건너편이 문익점 선생이 고려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면서 목화씨를 가져와 처음으로 심은 곳(목화시배지)이다.

 

경남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3번 국도 타고 가다 신안면을 지나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는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하얀 솜털이 앙상한 가지에 옹기종기 매달려 길가에 서 있다. 밭에는 간밤에 눈이 내린 듯 하얗다. 목화밭이다. 목화밭 길 건너편에는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고려말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면서 목화씨를 가져와 처음으로 심은 곳이다.

 

 

산청 목화시배지 기념관 정문을 들어서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목화시배지 기념관 정문을 들어서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유허비 등을 지나 전시실로 들어가지 않고 부민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민각은 조선 세종대왕께서 선생을 부민후로 추봉(追封)한 것을 기리기 위해 세운 7칸 집이다.

 

 

1031일부터 111일까지 여기에서 열리는 무명베 짜기 재현 축제에 앞서 문익점 선생께 예를 갖춰 고마움을 기린다.

 

대청마루에는 문익점 선생 영정 앞에서 술잔에 술을 따라 올리는 제례의식이 한창이다. 1031일부터 111일까지 여기에서 열리는 무명베 짜기 재현 축제에 앞서 선생께 예를 갖춰 고마움을 기리는 뜻이다.

 

제례의식을 지켜보다 부민각 기둥에 새겨진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쓴 시를 읽었다.

우리나라 생겨난 지 몇 천 년이나 되었을까/ 백성에게 옷 입게 한 처음 목화심은 밭 이곳이라/ 사랑스럽다 문공 주머니의 목화씨 몇 알/ 귀중한 옷감 되고 재화 되어 크게 빛나 무궁하여라/ 왜적을 감복시킨 충신 효자는 과연 어떤 분이던가/ 선생은 뵙지 못하고 임께서 가져오신 목화꽃만 보네/ 조선이 나 억만년까지 모든 백성 옷감 풍부하리라

 

문익점 선생 하면 단순히 목화만 떠올리는 데 실제 선생은 유학자였고 효자였다. 부민각 옆에는 효자비각이 있다.

 

 

왜장도 감동한 효자, 문익점 선생을 기린 효자비각.

 

선생이 청도군수로 보임하던 중 어머니상을 당해 여막을 지키던 중 왜구에게 잡혔으나 부모의 무덤 앞에서 3년간 시묘살이하는 고려의 아름다운 풍속에 감동한 왜장은 <효자를 헤치지 마라> 는 팻말을 세우고 철수했다고 한다. 고려 우왕은 본보기로 삼고자 선생이 태어난 동네를 효자리라 명명하고 효자비까지 내렸다.

 

 

힘겨운 노동을 노래로 달래는 아낙의 입은 웃음을 머금는다.

 

비각 앞에는 헌화인양 노란 고들빼기가 여태 피어 있었다. 기념관을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어렵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인 무명옷과 베틀, 베짜기가 놓여 있는 무명베 짜기 재현 현장으로 옮겼다.

 

무명베 짜기는 수확한 목화에서 씨를 빼내는 씨아기 작업을 시작으로 활타기, 고치 말기, 실 뽑기(실잣기, 물레질), 무명 날기, 무명 매기, 베 짜기로 이루어져 있다.

 

무명베 짜기를 재현하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허리 꾸부정한 할머니 2명이 베틀 앞에서 젊은 시절의 베 짤 때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목화시배지 전시실에 재현한 무명베 짜기.

 

당최 어려운 줄로 몰랐어. 한 사흘 하면 베를 짜는데···. 아이고 지금이야 쭈구리 망태가 되었지만, 그때는 한창이었거든···.”

할머니는 자신의 젊은 그 한창을 떠올리며 굽은 허리를 펴서 하늘 한번 바라본다. 물레가 돈다. 노래가 흐른다.

 

물레야 빼뺑뺑 네 잘 돌아라/대밭에 김도령 밤이슬 맞네/밤이실 맞는 거 둘째나 두 고/깔따구 등쌀에 내 못 살것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물레 소리> 산청군 단성면에 전해지는>

 

힘겨운 노동을 노래로 달래는 아낙의 입은 웃음을 머금는다. 재현 행사를 구경하는 사이 점심때가 되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쌀과 찬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본 행사에 앞서 기념관에 다시 들렀다. 아침에 부랴부랴 스쳐 지나온 전시실에 들어가려는데 안내소 한 쪽에 하얀 개 한 마리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든다.

 

목화라는 이름을 가진 개다. 낯선 이를 경계하며 짖기보다는 반기는 모양새가 정겹다. 전시실은 나에게 목화씨 한 톨이 옷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를 주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무명베 짜기 재현 축제는 문익점 선생이 산청에 목화를 심어 목면을 탄생시킨 사실을 기념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무명베 짜기 기능을 복원·재현하고자 () 전통문화무명베짜기재현보존회(대표 박추자 명창)가 주관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열리고 있다.

 

호남지역의 씻김굿에서 볼 수 있는 영혼을 부르는 일명 무당춤이라고 하는 지전 춤을 시작으로 본 행사인 무명베 짜기 재현축제는 막을 올렸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축제는 문익점 선생이 산청에 목화를 심어 목면을 탄생시킨 사실을 기념하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무명베 짜기 기능을 복원·재현하고자 () 전통문화무명베짜기재현보존회(대표 박추자 명창)가 주관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 열리고 있다.

 

산청 출신 한량무 이수자인 하만옥이 흰 창호지를 내 팔 길이만큼 내려뜨린 채를 휘저으며 춤을 추며 영혼을 부르며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춤과 가락이 흘러나오는 사이 무명베 짜기는 다시 재현되어 분위기를 돋운다.

 

 

장래의 소리꾼이 될 지역의 아이들이 부르는 아리랑 아리랑 산청 아리랑 ~ 지리산 정기 받은 영약의 약초고을 풀 향기 그윽한 내 고향 산청~<산청 아리랑>’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부채를 왼손에 꽉 쥐고 창을 하는 소리에 가을 하늘은 농익어간다. 장래의 소리꾼이 될 지역의 아이들이 부르는 아리랑 아리랑 산청 아리랑 ~ 지리산 정기 받은 영약의 약초고을 풀 향기 그윽한 내 고향 산청~<산청 아리랑>’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2일 차인 111일에 열리는 흥겨운 전국민요경연대회가 열리는 흥겨운 국악한마당이 열렸다.

 

 

 

1111일에 열리는 흥겨운 전국민요경연대회가 열리는 흥겨운 국악한마당이 열렸다. 사진은 축하 판소리 공연.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전통문화의 향기에 내 발걸음을 맞춘 날이다. 정겨운 소리와 풍경은 슬며시 몸과 마음의 평안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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