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어디로든 떠나야 한다면 산청 정취암으로 가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0.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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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고요한 시골풍경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엉덩이 들썩들썩 이는 가을,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면 경남 산청을 가자. 산청으로 간다면 꼭 정취암으로 가야 한다. 단숨에 자동차로 500m가 넘은 산 가까이 올라와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발아래로 고요한 시골풍경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절경은 산청을 찾으면 꼭 정취암으로 가야 하는 이유다.

 

 

경남 산청 정취암에서 내려다 본 발아래 풍경은 눈길이 지나는 대로 가슴 깊이 가을이 내려앉는다.

 

시월 12, 경남 산청에서 진주 방면으로 경호강을 길동무 삼아 함께 가는 국도 3호선 왼편에 둔철산이 있다.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에서 시작한 능선이 경호강에 이르러 우뚝 솟은 산이 둔철산이다. 둔철산(屯鐵山)은 철()이 많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철을 이용한 무기 등을 만들었던 지금의 공병과 같은 부대가 주둔하기도 했단다. 홍화씨로 유명한 홍화원을 지나 깊은 산 속으로 차는 꾸역꾸역 들어간다. 정취암이 이정표가 나오는 곳에 이르면 둔철산 자연생태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태공원 한쪽에는 별을 보는 천문대가 있다.

 

 

 

올해 321일 개관한 산청 둔철천문대는 주망원경(14인치 반사굴절적도의)과 반사망원경 2, 굴절망원경 2, 돕소니언 망원경 1대 등 천체 관측을 위한 최첨단 기기가 설치됐다.

 

올해 321일 개관한 둔철천문대는 주망원경(14인치 반사굴절적도의)과 반사망원경 2, 굴절망원경 2, 돕소니언 망원경 1대 등 천체 관측을 위한 최첨단 기기가 설치됐다.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개방된다. 일주일 전에 사전예약(055-972-6701)을 꼭 해야 한다. 인근 신안면 간디숲속 마을에 사설 숙식을 겸한 별아띠 천문대가 있어 다음 기회에는 가족과 함께 숙식도 하며 별을 따볼 생각이다.

 

 

산청 둔철 생태숲에서 길이 바뀌자 풍경이 달라진다.

 

천문대를 품은 둔철 생태숲은 주차장과 화장실 등이 보이는 곳이 전부가 아니었다. 둔철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돌아 걸었다. 길이 바뀌자 풍경이 달라진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시원한 풍경이 가득하다. 둔철산에 구름 하나 햇살을 품었다. 곳곳에 심어진 편백이 강산이 바뀐다는 십 년이 지나면 삼림욕을 즐길 정도로 커서 반갑게 인사를 나눌 생각에 벌써 들뜬다.

 

 

파란 하늘만큼이나 시원한 풍경이 가득하다.

 

산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아쉬움을 달래며 둔철산과 이어 있는 대성산 정취암으로 향했다. 저만치 차를 세우고 절로 걸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의 화려한 빛깔이 먼저 반긴다. 바람이 후욱하고 지나자 가을 짙은 억새 사이로 가을빛이 내려앉는다. 시멘트임도 사이 작은 구덩이 사이로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가을을 전한다. 은행알들이 노랗게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시멘트임도 사이 작은 구덩이 사이로 코스모스 한들거리며 가을을 전한다.

 

절이 불과 100m도 남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쉽게 발을 옮기지 못한다. 단숨에 자동차로 500m가 넘은 산 가까이 올라와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저 미안할 뿐이다. 내려다보는 저 아래 노란빛으로 둘러싸인 마을과 길이 내 마음을 빼앗았다. 빼앗긴 내 마음에 문화관광해설사가 들려주는 전설 이야기가 더욱 솔깃하다.

 

 

산청 정취암 입구에 있는 천녀 새긴 바위는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전설 이야기가 떠오르게 한다.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동해에 솟아오른 아미타불의 두 줄기 서광을 따라 금강산에 원통암을 짓고 여기 대성산에 정취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인근 율곡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준 공양을 받아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원효가 점심 공양을 얻어먹으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천녀(天女)가 오지 않아 그만 돌아갔다. 원효가 돌아가자 그때 하늘에서 천녀가 내려와 공양을 받치자 의상은 왜 이제 내려왔느냐고 묻자 천녀는 원효대사를 옹위하는 팔부신장(요즘의 경호원에 해당)이 길을 가로막아서 정취암으로 올 수 없었다라는 것이다. 이에 의상은 자신이 원효보다 미치지 못하다며 천공을 사양했다고 한다.

 

 

산청 정취암 산신각 앞에는 벼락 맞은 소나무가 있다.

 

절 입구에 있던 천녀가 새겨진 바위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전설의 고향 단골 소재인 여우골에 얽힌 둔갑술 이야기도 풍경처럼 시원하다.

 

여우골에는 매년 섣달 그믐날 밤이 되면 괴물이 얼굴 고운 스님을 골라잡아간다고 한다. 문가학이라는 이가 술 한 동이와 함께 절을 지켰다. 밤이 되자 젊은 여인이 방안을 기웃거리자 더불어 술을 마셨는데 여인이 취하자 손과 발을 꽁꽁 묶자 꼬리 아홉 달린 여우로 변했다. 여우는 살려주는 조건으로 둔갑술이 적힌 책을 주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지막 한 장을 남길 무렵 여우가 책을 낚아채 도망갔다. 둔갑술을 익혔지만, 마지막 한 장을 마저 배우지 못해 옷고름을 감출 수가 없어 완전한 기법이 되지 못했다. 나중에 벼슬을 하다가 죽임을 당할 처지가 되자 둔갑술로 도망쳤는데 관군이 여기까지 찾아와 가산을 적몰했다고 한다.

 

 

정취암 산신각 탱화는 여느 산신 탱화와 다르다. 산신의 머리 모양새가 낯설고 마치 호랑이를 타고 어디론가 행차하는 당당한 풍모가 마치 개선장군 같다. 앞에 요즈음 만든 산신 조각과 비교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등골이 오싹하면서도 재미났다. 원통보전을 잠시 둘러보고 산신각으로 올라갔다. 산신각 앞에는 벼락 맞은 소나무가 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요사스러운 잡귀를 물리친다 하여 몸에 지닌다는 데 소나무는 어떤지 궁금하다. 벼락을 맞은 흔적은 소나무에 남아 있다. 산신각 뒤로 산신을 그린 탱화가 있는데 이 탱화는 여느 산신 탱화와 다르다. 산신의 머리 모양새가 낯설고 마치 호랑이를 타고 어디론가 행차하는 당당한 풍모가 마치 개선장군 같다. 앞에 요즈음 만든 산신 조각과 비교해 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해돋이 풍경이 으뜸인 산청 정취암. 정취암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알기 위해 새벽을 가르고 다시 찾을 일이다.

 

산신각을 나와 바로 뒤편 세심대로 풋풋한 걸음을 5분여 옮겼다. 해맞이 으뜸 장소가 나온다. 말라 죽은 소나무 사이로 해가 뜨는 일출은 사진가들이 새벽을 깨워 이곳으로 모여들게 한다. 정취암이 주는 감동을 제대로 알기 위해 새벽을 가르고 다시 찾을 일이다.

 

발아래 눈길이 지나는 대로 가슴 깊이 가을이 내려앉는다. 노랗고 파란 빛깔이 빚은 잔치는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하늘빛과 노란빛이 이 가을에 마중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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