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빈둥거리며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풍경 속으로-산청 산골박물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5. 11.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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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산골박물관을 찾아

 

 

캔커피 마시고 빈둥거리며 소소한 볼거리를 찾아 길을 나섰다. 산과 들이 온통 가을로 익어가는 풍경을 게이름 피며 구경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곳, 산청 산골박물관을 11월 6일 찾았다.

 

경남 산청 산골박물관에서 내려단 본 산골농장 양계장과 마을 풍경.

경남 진주에서 산청군 산청읍으로 가는 국도 3호선을 타고 가다 산청군 신안면 원지 적벽산을 지나자마자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나온다. 기독교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민들레 마을을 지나 대안중학교인 간디중학교에 못 미쳐 경사 있는 산길을 올라가면 아름다운 소나무 한그루가 먼저 반긴다. 그 뒤로 하늘 높이 솟은 매끈한 무화과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무화과나무가 3층 높이 건물과 키재기를 하는 건물에는 ‘산청 산골박물관’이란 글이 걸렸다.

 

무화과나무가 3층 높이 건물과 키재기를 하는 건물에는 ‘산청 산골박물관’이란 글이 걸렸다.

박물관에 들어가지 전에 잠시 건물 앞에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양계장을 품은 마을은 가을빛에 물어간다. 양계장은 하루 달걀 20만~25만 개가 나오는 산골 농장이다. 산골농장 이상호 회장(68)이 사비 20여억 원을 들여 7월 11일 박물관을 개관했다.

 

산청 산골박물관에 들어서자 검은빛 뒤주 위에는 발꿈치로 얼굴을 기대고 깊은 생각에 들어간 동자승이 나오고 좌우에는 눈을 아래로 살며시 내린 소녀와 먼 산 보는 듯한 소년 조각상이 반긴다.

1만7천893㎡ 터에 3층 규모의 박물관으로 들어가자 화장실이 맞은 편에 있는데 그 앞에는 곡물을 담아두었던 뒤주가 나온다. 검은빛 뒤주 위에는 발꿈치로 얼굴을 기대고 깊은 생각에 들어간 동자승이 나오고 좌우에는 눈을 아래로 살며시 내린 소녀와 먼 산 보는 듯한 소년 조각상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목아 박찬수 선생의 작품이다.

박물관에는 토기·백자·청자 등 골동품 192점과 분청·옹기·문서 등 1천여 점이 전시된 박물관 전시실로 들어섰다. 먼저 오른편으로 들어가자 전시실 벽면 중앙에는 화장석에 스테인레스틸로 만든 닭이 캡슐 알약을 품고 힘차게 뛰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천상의 선물>이 있다. 이곳 박물관이 양계장을 하는 이가 세운 곳이라 닭과 관련된 조형물과 작품들이 많다.

 

산골박물관 전시실 벽면 중앙에는 화장석에 스테인레스틸로 만든 닭이 캡슐 알약을 품고 힘차게 뛰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천상의 선물>이 있다.

그렇다고 닭과 관련된 조형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의 일생’을 부른 이미자의 레코드(LP)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는 해맑게 웃으며 노래하는 조용필의 레코드가 보인다. 파일롯 잉크와 양은 도시락과 반찬통은 잠시 어릴 적으로 나를 이끌어간다. 한국전쟁 때 발간한 과학 교과서는 또한 어떤가. 햇살 곱게 드는 창가는 블라인드가 살짝 내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기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의자 십여 개와 독서대 4개가 놓여 있다. 볼펜이 놓여 있어 창 너머의 풍경도 구경하면서 책도 읽고 편지 한 장 쓰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전시실 한쪽에는 의자 십여 개와 독서대 4개가 놓여 있다. 볼펜이 놓여 있어 창 너머의 풍경도 구경하면서 책도 읽고 편지 한 장 쓰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전시실을 나와 맞은편 전시실로 발을 옮겼다. 매끈한 느티나무 목재 옆에 박찬수 선생이 자귀나무 하나로 표현한 <울엄마>가 먼저 반긴다. 등에 아이를 업고 머리에는 자기 자신의 절반 정도의 양동이를 이고 가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투박하고 거친 자귀나무 결과 함께 드러난다. 우리 어머니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서 있었다. 옆으로 높은 이들이 타고 다닌 가마의 일종인 평교자가 먼저 반긴다. 그 뒤로 세계 각국의 크고 작은 닭 모형들이 전시되었다. 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생각을 잠시 엿볼 수 있다. 『동의보감』판본이 전시되었다. 산청지역 지도와 지역 문화재 모형을 통해 산청이라는 지역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산골 생활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매끈한 느티나무 목재 옆에 박찬수 선생의 <울엄마>가 투박하고 거친 자귀나무결에 우리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갔다. 아주 단아한 까페가 나온다. <산골카페>다. 수제 돈가스를 비롯한 볶음밥, 피자와 커피, 차를 마시며 창 너머의 풍경을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느낄 수 있다. 카페 한가운데에는 파일롯 잉크병과 펜들이 잠시 시간 여행으로 떠나게 한다. 이 밖에도 카페 구석구석에는 골동품들이 진열되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층 창문에서 내려다 보는 온 산과 들이 무르익는 가을이다.

 

산골박물관 2층에는 수제 돈가스를 비롯한 볶음밥, 피자와 커피, 차를 마시며 창 너머의 풍경을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느낄 수 있는 <산골카페>가 있다.

박물관을 나왔다. 물통을 머리에 인 여인의 조각상과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표현한 분수대가 정겹다. 산골농장에서는 해마다 장미 축제를 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농장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장미축제를 구경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산골박물관이 들어서 고맙고 정겹다.

 

산골박물관 밖에 있는 물통을 머리에 인 여인의 조각상과 민족의 영산 지리산 천왕봉을 표현한 분수대가 정겹다.

묵은 것에서 오늘을 보았다. 어제와 오늘이 함께하는 즐거운 박물관이다.

 산골박물관 찾아가는 길

- 주소: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산173

- 전화번호: 055-973-47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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