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연인 눈동자를 닮은 빛나는 밤에 피는 진주에 빠지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10. 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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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는 밤에 핀다.  더구나 시월의 남강에 비친 진주는 연인의 눈동자처럼 윤기나는 검은 빛으로 빛난다. 나서 자라고 현재도 살고 있지만 내 고향 진주는 시월에 더욱 빛난다. 진주 인구 34만여의 10배가 되는 사람들이 시월의 진주를 찾아 북적인다.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 그리고 드라마페스티벌을 보기 위해서.

 

 

경남 진주시 진양교에서 시작해서 진주교, 천수교, 진주성으로 둘러보는 코스를 즐겨한다. 왜냐하면 차츰 축제의 고갱이로 가는 까닭 첫째고 내 집에서 가까운 순서이기 때문이 둘째다. 그렇지만 어디서 시작해서 본들 축제의 흥겨움과 아름다움은 첫째,둘째가 따로 없다.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오후5시 내렸다.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에 각종 공연과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사진전시회를 구경하고 주차장에 설치된 분재를 둘러보았다. 자연을 작은 화분에 담은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지난 1년동안 TV드라마를 대상으로 한  드라마 시상식인  <코리아드라마어위즈>가 2일 문화회관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날 레드가펫을 밝은 수많은 스타 중에 빛나는 별은 <넝쿨이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씨가 영광을 안았다.

 

 

문화회관 앞 남강 둔치에는 드라마 세트장이 재현되어 있다. 매번 허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근처 합천의 영상테마파크처럼 실감나는 세트장이 아니고 이것저것 고만고만하지만 생기없는 세트장.

 

 

드라마 <넝쿨이 통째로 굴러온 당신>을 비롯해 <해를 품은 달> 등의 주요 드라마 장면 속 세트장을 재현한 현장에는 <지미짚>이라는 카메라가 그나마 분위기를 띄운다. 안과 밖의 드라마 세트장은 아쉬움이 늘 남는다. 1회성 시상식을 제외하고 부대행사가 너무 흥미를 반감시킨다.

 

 

얼마전에 종영한 드라마<무신>사진. 드라마 속 주요 장면을 사진을 만나는 기쁨은 잠시나마 드라마 속의 감동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좋았다. 다만 지난 드라마의 역사도 사진 등으로 만났으면 한다.

 

 

드라마<각시탈>처럼 각시탈을 만드는 체험장.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체험은 좋다. 얼마나 재미나고 의미를 가지느냐는 것은 좀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70~80년대 시대 재현 세트장에 중에서 눈길을 끄는 <똥싸지마>. 많은 관람객들이 저 장면에 똥침을 놓는 포즈를 하고는 재미있어라 사진을 찍는게 보였다.

 

 

소변금지. 가위로 고추를 짜르는 섬찟한 장면도 벽에 낙서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다. 소변, 잘 누어야지...

 

 

지난 개천예술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도 전시되어 찾는 시민들이 향수에 젖기도 했다.

 

 

가장행렬에 이용된 경운기. 경운기의 대명사인 대동공업의 본사가 있었던 진주. 아쉽게도 그 역사 뒤안길을 사진에서 다시 보니 반갑고 아쉽다.

 

 

남강 강바람을 맞으며 깃발 설치작품들이 오며가며 관람객을 또한 즐겁게 한다.

 

 

실크, 비단의 명산지답게 진주실크전람회도 주요 볼거리다. 물이 풍부하고 근처 뽕나무밭이 많은 경남 서부지역의 특성 덕분에 진주는 실크의 명산지로 남았다. 국내산 비단의 대부분은 경남 진주에서 만든다.

 

 

물레를 돌려가면서 천을 짜던 옛날 그 시절. 불과 몇 십년전이다.

 

 

한켠에서는 진주공예품전시회가 함께하고 있다. 그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진주성과 작은 캐리커쳐 공예품들. 다른 공예품들이 엄숙하고 무게감 있다면 가볍게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주어 고마웠다.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놀이기구들도 빼놓을 수 없을 듯. 영유아를 위한 놀이기구부터 불타는 청춘을 위한 흔들림 심한 디스코놀이기구(이름이 뭔지 잊어버렸는데 모쪼록 젊은 청춘들이 흔들거리는 놀이기구 핑계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게 보는 이도 즐겁게 했다.

 

 

2만7천개의 소망등.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남강변에 끝없이 이어져 황홀지경이다. 각자의 이름과 소망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걷는 즐거움은 또하나의 기쁨이다.

 

 

개천예술제의 하나였다가 이제는 개천예술제와 별개로 아니 더 유명한 축제로 자리매김한 유등축제. 화려하고 아름다운 유등을 카메라에 담는데 비단 전문가만의 몫은 아니다. 비단 전문사진가 이외에도 누구나 자신의 휴대전화로 이 아름다움을 촬영해 주위에 알리고 추억을 담는데 바빴다.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는 오후 6시. 남강 위에 유등이 있는 것인지 유등 사이로 남강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남강변에서 다시 올라와 <남가람문화거리>를 걸었다. 빛이 물내리듯 쏟아지는 풍경에 눈이 호강을 한다.

 

 

대나무 숲에는 아기자기한 유등이 또한 숲의 이야기를 더해준다. 시화전도 더불어 하고 있어 거닐면서 시 한편씩을 읽으면 절로 시집 한권을 읽은 셈이다.

 

 

<멈추지 않는 그 몸짓에게>

 

김연희

 

검은 머리칼 한 줄기로 혼 건지던/ 시간의 숲에서 물그림자 전설을 건집니다.

물결처럼 멈추지 않는 유년의 등불을 켜면 / 강물은 드문드문 애기똥풀 꽃편으로 꽂혔다가

찰랑찰랑 개망초 입술 푼 꽃잎마다/ 그래, 그래 입이 마르도록 노래하였지요

 

 

 

남가람문화거리는 진주성 촉석루 맞은편에 자리 잡아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괜시레 유등의 불빛을 핑계삼아 삼각대도 없이 <줌잉>을 했다.  사진기술의 이론을 하나하나 실천해보면서 느겼던 배울때의 기분에 젖었다.

 

 

불타는 진주유등의 풍경을 내 들고 있는 사진기로 표현하고 싶다. 아직은 내 생각과 달리 표현은 서툴다.

 

 

남강물에 유등의 불빛이 교교히 자태를 드러내고 진주성과 촉석루는 자체발광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숨겼다.

 

 

유등은 남강에만 있는게 아니라 진주 도시 곳곳에 있다. 우리 일상의 모습, <족구>를 형상화한 유등이 나무아래 빛난다. 진주지역을 비롯한 각지의 유등은 남강이라는 강위와 진주라는 땅위를 도화지 삼아 여기저기 빛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물결을 헤치고 도시 진주 천년을 기념하는 천수교에 이르렀다.

 

 

천수교 다리에서 남강을 보는 아름다움도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천수교 건너자 음악분수대에서는 음악에 맞춰 분수대 물줄기가 춤을 춘다. 주위 조명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인양 춤을 춘다.

 

 

경상우병영. 진주성. 조선시대의 군인복장을 한 유등이 성위에서 불야성 남강을 내려다보며 지키고 있다.

 

 

촉석루 앞에 세워진 장수<수(帥)>깃발. 이곳이 장군의 지휘소임을 한눈에 드러낸다.

 

 

조일전쟁(임진왜란이라 조선 위정자들은 불렀지만 어찌 왜란, '난'이 될 수 있나. 분명 조선과 일본, 중국(명나라)가 싸운 국제전쟁이다.

아무튼 조일전쟁의 승전과 패배의 아픔을 함께한 강낭콩보다 더 푸른 남강위에 논개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촉석루의 밤도 깊고 푸르다.

 

 

저마다의 소원을 적어 등에 붙이는 체험의 현장.

 

 

<예븐 여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바람도 있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우리 아이들의 바람도 함께 등빛에 빛닌다

 

 

현재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관찰사가 집무한 도청이 있어던 영남포정사로가는 길에 포졸유등들이 우리를 관찰사인양 반긴다.

 

 

조일전쟁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 앞에도 다양한 유등들이 우리를 손짓한다. 다양한 공연은 또 어쩌고.

 

 

흥겨운 국악이 한창의 열기를 더해준다.

 

 

진주성에서 바라보는 남강은 건너에서 바라보는 유등과는 또다르다. 진양교에서 시작해 진주교, 천수교, 진주성까지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3시간넘게 걸렸다. 등뒤로 제법 땀도 흘렀다. 유등보는 즐거움에 걷는 수고는 잊었다.

두 마리의 용처럼 모두가 소원을 이루는  올해이길 더불어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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