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쉬는 21일 주말이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요즘, 우리 부부가 고민 없이 향한 곳은 월아산 숲속의 진주였습니다. 진주시민이라 좋은 점이 있다면 이런 정원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나만의 정원 같은 곳. 초여름 꽃소식이 들려오자 멀리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날 동선은 제1주차장에서 시작했습니다. 하늘산책로를 지나 수국정원, 작가정원2의 숨고르기와 날숨터를 둘러본 뒤 산림레포츠센터 옆 푸드트럭에서 시니어클럽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였습니다. 이어 목공체험장 뚝딱방에서 특별전 「아프리카 예술 맛보기」를 보고, 우드랜드 주차장 쪽 푸드코너에서 콩국수와 찐옥수수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근처 월아벨에서는 마나님이 맑고 곱게 종을 울렸습니다. 이후 후투티숲과 달빛정원, 숲속 어린이도서관을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9시쯤 도착했는데 입구부터 차량 행렬이 길었습니다.

3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제1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축제 기간이라 현장에는 교통 통제와 주차 안내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막상 숲에 들어서니 기다림은 금세 잊혔습니다.

월아산의 초록 능선이 사람과 차와 축제를 모두 넉넉히 품고 있었습니다.
수국정원 지나 작가정원2, 숨고르기와 날숨터까지


하늘산책로를 지나 수국정원으로 들어서자 하얀 별수국이 길 양옆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꽃송이들은 마치 숲길에 내려앉은 흰 구름 같았습니다.

수국정원은 북적였지만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꽃 앞에서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원피스와 모자로 한껏 멋을 낸 이들은 수국을 배경으로 오늘의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듯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은 사람을 서두르지 않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작가정원2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콘크리트와 돌, 녹슨 철판, 물과 숲이 어우러진 공간이었습니다.

철판 위로 물이 층층이 흘러내렸고, 그 물소리는 숲속의 작은 배경음악처럼 들렸습니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벽에는 숲이 비쳤습니다. 현실의 숲과 거울 속 숲이 겹치니 잠시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했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살다 보면 낮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얼굴을 마주해도 긴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작가정원2에서는 달랐습니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밀린 숙제를 하듯 직장 이야기와 모임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숨을 고르게 만드는 정원의 분위기가 우리 부부의 대화를 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정원2 정상 부근에는 ‘날숨터’가 있었습니다. 정원 소개문에는 ‘날숨을 내쉬듯 정원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공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습니다. 마치 지난 한 주의 고단한 일상을 숲속으로 내보내는 기분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예술 맛보기와 콩국수, 월아벨이 남긴 여운


숨고르기와 날숨터를 지나 산림레포츠센터 옆 푸드트럭으로 내려왔습니다. 냉커피와 키위주스를 샀습니다.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이동식 카페라 가격도 부담 없고 맛도 좋았습니다. 손에 든 음료 한 잔 덕분에 주위 풍광이 더 천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공체험장 뚝딱방에서는 특별전 「아프리카 예술 맛보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경상국립대학교 산림융복합전공 박재현 교수가 30여 년 동안 수집한 아프리카 조각 예술품을 선보이는 전시였습니다. 전시 주제는 ‘아프리카 조상은 살아 있는 죽은 사람이다, 사랑의 표현은 아프리카 조각이 시작했다’였습니다.

검은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들은 낯설면서도 강렬했습니다. 둥근 눈과 길게 뻗은 얼굴, 오래된 나무결 속에는 먼 땅의 시간과 사람들의 믿음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탄자니아 화가 헨드릭 릴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꽃과 나무를 보러 왔다가 아프리카 예술까지 만난 셈이었습니다.

전시를 본 뒤 우드랜드 쪽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은 푸드트럭과 음식부스가 들어서며 푸드코너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숲속의 진주 아래 월정마을에서 운영하는 음식부스에서 콩국수와 찐옥수수 두 개를 주문했습니다.

뽀얀 콩국물 위에 오이채가 올라가고 검은깨가 별처럼 흩어져 있었습니다. 얼음이 동동 뜬 국물 한 숟가락에 더위가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찐옥수수는 쫄깃하고 달큰했습니다.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찐옥수수와 시원한 호박식혜도 따로 샀습니다.

배를 채운 뒤 우드랜드 뜨락 앞 월아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종을 울리나 했더니 마나님이 먼저 다가가 종을 울렸습니다. 맑고 고운 소리가 숲속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종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울렸습니다.
알록달록한 ‘수국 사이로’ 깃발 아래에서 마나님이 뒤돌아보며 웃었습니다. 그 웃음 하나로 오늘 나들이의 절반은 이미 충분했습니다.

후투티숲으로 향했습니다. 숲길은 한결 조용했습니다. 초록 단풍잎이 머리 위를 덮고 햇빛은 잎사귀 사이로 부서졌습니다. 숲은 가장 큰 지붕이었습니다.


달빛정원과 숲속 어린이도서관도 천천히 둘러보았습니다.

색색의 종이학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쉼을 주었습니다. 책 한 권 들고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이날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수국만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꽃길과 작가정원, 전시와 먹거리, 숲과 도서관이 한 흐름으로 이어진 공간이었습니다. 30분을 기다려 들어왔지만 숲속에 머문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시간 순삭의 공간.
마나님과 나란히 걸으며 다시 느꼈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여행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흰 별수국 사이를 걷고, 콩국수 한 그릇을 나누고, 숲그늘 아래에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일. 지난 한 주의 고단함을 날숨처럼 내보내는 일.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그런 평범한 행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정원이었습니다.
▣ 월아산 숲속의 진주
- 주소 : 경남 진주시 진성면 달음산로 313
- 수국수국페스티벌 : 2026. 6. 18. ~ 6. 28.
- 2026 진주정원박람회 : 2026. 6. 18. ~ 6. 21.
▣ 무료 셔틀버스 안내
- 1노선 : 경남교육청 과학교육원 ↔ 월아산 숲속의 진주
- 2노선 : 월아삼거리 ↔ 월아산 숲속의 진주
- 주차 : 행사 기간 월아삼거리 주변 임시 노상주차 구간 운영, 현장 안내에 따라 주차
- 평일 운행 : 6월 18~19일 15:00~21:30
- 주말 운행 : 6월 20~21일 10:00~21:30
- 참고 : 운행시간과 배차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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