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어르신을 모시고 진주 제일병원에 다녀 왔습니다. 영양제를 맞는 동안의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집니다. 점심때가 되어 잠시 바깥바람을 쐬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철도문화공원, 옛진주역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커피와 빵으로 허기를 달랜 뒤 마주한 옛진주역은 생각보다 단정했습니다.

삼각형 지붕 아래 ‘일호광장 진주역’이라는 글씨는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기차는 떠났지만, 시간은 이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진주 옛진주역 대합실, 공예가 머무는 자리


대합실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 천장과 길게 뻗은 조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던 공간은 이제 전시장이 되어 사람을 붙잡습니다.

‘시간을 엮고 마음을 새기다’라는 공예 전시는 조용하지만 힘이 있었습니다. 천으로 만든 장식들은 공중에 떠 있는 듯했고, 색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오래 눈에 남았습니다. 전통 인형의 옷자락에서는 손으로 쌓아온 시간의 결이 느껴졌습니다.





한쪽에 놓인 목공 작업, 신지현 작가의 소반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이테를 그대로 살린 상판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하나의 시간처럼 보였습니다. 그 위에 밥 한 그릇을 올리면, 오래된 식탁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만난 ‘진주시 공예품 대전’ 수상작들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전통 기술 위에 현대적인 디자인이 더해진 작품들은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실제로 진주 공예는 전국 공예대전에서도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저력이 공간 안에서 조용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대합실을 나서자 시야가 트입니다. 잔디 위에 멈춰 선 객차와 짧게 남은 철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기차는 긴 이야기를 마치고 쉬고 있는 듯했습니다.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현대미술이 남긴 장면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차량정비고 안에서는 현대미술 특별전 ‘이미지의 미래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공예가 손의 온기를 전했다면, 이곳은 생각을 흔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장종완 작가의 작업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녹색 톤으로 구성된 공간 위에 둥근 구체가 놓여 있는데, 어딘가 떠 있는 듯한 그 형태가 묘한 긴장을 만듭니다. 익숙한 풍경 같지만 완전히 닿지 않는 거리감이 오래 남습니다.


이우성 작가의 작품은 결이 다릅니다. 천 위에 그려진 사람들의 얼굴과 일상의 장면들은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친구의 얼굴처럼, 혹은 지나온 어느 날처럼 익숙한 표정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박치호 작가의 작업이 분위기를 바꿉니다. 파편처럼 끊어진 신체, 이어지지 않는 몸의 방향들. 명확한 설명 없이도 불편한 감정이 먼저 올라옵니다.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이미지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편, 오원배 작가의 작업에서는 현대 사회의 긴장감이 드러납니다. 반복되는 형상과 단절된 구조 속에서 익명적인 인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습니다.

전시장 중앙, 유리 돔 안에 놓인 작은 인간 형상 앞에서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작지만 또렷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거대한 세계 속에서 버티고 있는 하나의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들면 천장 가까이 걸린 그림 속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습니다. 그 장면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버틴다는 사실이 길게 설명되지 않아도 전해졌습니다.

전시장을 나와 다시 공원으로 나오니 바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철길과 잔디,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다시 병원으로, 산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기다림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진주 제일병원 근처 가볼만한곳을 찾는다면, 철도문화공원과 옛진주역은 잠시 머물기 좋은 공간입니다.기차가 떠난 자리에는 이제 예술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그림을 본 것이 아니라내 안에 있던 장면들을 다시 마주하고 돌아왔습니다.
▣ 진주 철도문화공원
장소 : 경남 진주시 강남로 320 (철도문화공원, 옛 진주역)
전시 안내
① 현대미술 ‘이미지의 미래들’: 2026.6.15 ~ 8.25
② 공예품 대전 수상작 전시: 2026.6.9~6.21
입장료 무료
공원 바로 앞쪽 공영주차장 유료, 뒤편 일부 무료
#진주여행 #진주가볼만한곳 #철도문화공원 #옛진주역 #이미지의미래들 #진주공예 #진주전시 #경남여행 #진주산책 #제일병원근처
'진주 속 진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축제, 마나님과 걸은 작가정원2 산책 (0) | 2026.06.22 |
|---|---|
|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축제, 2026 진주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시즌2 (0) | 2026.06.21 |
| 진주 하대동 맛집 섭천, 아들 생일에 먹은 소고기뼈구이와 육전국밥 (1) | 2026.06.14 |
| 월아산 숲속의 진주, 부부가 걸은 수국 정원 (0) | 2026.06.12 |
| 진주 얼치기냉면, 경상국립대병원·제일병원 근처 냉면 맛집 (1) | 2026.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