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 약초식당, 몸이 먼저 고른 점심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2. 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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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토요일에도 함께 근무하는 직장 동료가 점심을 밖에서 먹자는 반가운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곧바로 응했습니다. 원래 가려던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휴무였습니다. 더 고민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떠오른 이름은 약초식당이었습니다. 언제 가도 보통 이상을 유지하는 곳입니다. 오늘도 기준을 넘겼습니다.

산청읍 내에서 경호강을 건너 동의보감촌 방향으로 가면 금서면입니다. 강을 따라가다 보면 흰 벽의 작은 건물이 보입니다. 산청약초식당입니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달라집니다. 겨울바람을 막아낸 온기가 식당 안에 고여 있습니다. 밥이 먼저 말을 겁니다.

 

반찬이 먼저 놓이는 점심

식당은 홀과 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방은 예전 좌식 공간이었고 지금은 모두 입식입니다. 예전에 보이던 박항서 감독 입간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벽이 조금 더 비어 보였습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벽 한쪽 메뉴판에는 약초정식 13,000원이 적혀 있습니다. 현장 메뉴판 기준 사실입니다. 20216월 방문 당시 가격은 10,000원이었습니다. 가격은 올랐습니다. 변한 것은 값만이 아닙니다

앉아 주문을 마치면 밑반찬이 먼저 상을 채웁니다. 제육과 청국장이 차례로 나오며 상이 완성됩니다.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들이 이어집니다. 연근은 투명하게 삶아졌고 버섯은 수분을 머금고 있습니다. 무채는 가늘고 단정합니다. 시금치는 힘을 빼고 앉아 있습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습니다. 접시마다 손이 닿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문득 2021년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같은 자리의 상차림이지만 표정은 달랐습니다. 그때는 그릇 수가 더 많았고 색이 화사했습니다. 계란말이와 나물 종류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의 상은 조금 더 단정합니다. 반찬 수는 줄었지만, 중심은 분명해졌습니다. 제육과 청국장이 상의 무게를 잡고 나물은 조용히 뒤를 받칩니다. 변한 것은 분명합니다. 값도 올랐고 구성도 달라졌습니다. 다만 손맛의 방향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을 나란히 놓아도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밥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돼지고기볶음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그릇 위에는 분홍빛 코스모스 한 장이 얹혀 있었습니다. 고기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었고, 그 꽃이 상의 속도를 잠시 늦춰주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늘의 제육에는 꽃이 없습니다. 양념은 더 또렷하고 고기는 단정하게 모여 있습니다. 접시는 비워질 틈 없이 꽉 차 있습니다. 손은 더 빨라졌고 상은 더 실용적으로 변했습니다. 코스모스 한 장이 사라진 자리에 효율이 놓였습니다. 아쉽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지만, 곧 다른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꽃이 없어도 맛은 남아 있었습니다. 꾸밈이 줄어든 대신 손맛이 더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여유를 가져갔지만, 밥의 중심은 그대로 지켜졌습니다.

상 가운데에는 불고기와 청국장이 놓입니다. 불고기는 양념이 앞서지 않습니다. 고기와 양파가 온도를 나눕니다. 청국장은 김이 오릅니다. 뽀글 소리가 경쾌하게 식욕을 북돋습니다. 상추 바구니가 옆에 놓입니다. 잎이 살아 있습니다. 고기를 올리고 된장을 찍고 상추를 접습니다. 입안에 들어온 것은 온기입니다. 이곳의 점심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하루를 고르는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숭늉으로 구수하게 입안을 헹구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남는 식후 풍경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며 창 너머 경호강 물빛을 바라봅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강을 건너 차로 5~10분 이동해도 좋겠습니다. 강 언덕(산청군청 뒤)에 환아정이 있습니다. 정자에 잠시 서면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방금 먹은 밥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산청 약초식당

- 위치: 경남 산청군 금서면 친환경로 2623

- 영업시간 : 11:00~20:30 / 연중무휴

문의 전화 : 055-972-7009

- 대표메뉴: 약초정식 13,000, 비빔밥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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