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기다림 끝에 만난 겨울 여유
병원은 시간을 길게 만듭니다.
진료보다 먼저 도착한 몸은 의자에 앉아 있고, 마음은 시계를 여러 번 확인하게 합니다. 기다림에 몸이 절로 움직일 무렵 잠시 바깥 공기가 필요해졌습니다.

걸음을 옮긴 곳은 걸어서 5분 이내인 진주철도문화공원입니다.

오전 11시 30분. 어젯밤 뉴스에서는 오늘 한파주의보 소식을 전했습니다. 공원은 차분했습니다. 햇살이 길 위에 머물렀습니다. 월요일이라 전시관은 문을 닫았습니다. 전시는 쉬고 있어도 공원은 언제나 넉넉한 곁을 내어줍니다.
기다림 끝에서 숨을 고르다


전시는 쉬는 날이었습니다. 공원은 쉬지 않았습니다.

옛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습니다.

기차가 지나던 레일 위로 발걸음이 올라갑니다. 마른 잔디와 잎을 비운 나무, 억새가 바람에 살짝살짝 춤을 춥니다. 덩달아 푸른 하늘 향해 큰 기지개를 켭니다.

풍경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마음이 먼저 가라앉습니다. 휴관 안내문도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걷는 일만으로 충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은하철도 999의 잔향


공원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놓여 있습니다. 작은 트리와 리본, 방울이 겨울 햇살을 받습니다.

동그란 장식 앞에서 걸음을 멈췄습니다. 매끈한 표면에 얼굴이 비쳤습니다. 서로 눈이 맞았습니다. 상대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 산책의 기록은 사진보다 그 반사된 얼굴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일 옆 메탈 카페로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손에 잡혔습니다. 커피잔을 들고 나서는 입가에서는 절로 노랫가락이 흥얼거려집니다.

“은하철도 999…”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어릴 적으로 잠시 떠납니다. 공원에 놓인 기차는 멈춰 있습니다. 기억은 멈추지 않습니다. 천천히, 같은 궤도를 따라 흐릅니다.


기다림에 지친 사람에게 숨 고를 자리를 내어줍니다. 병원에 왔다가 만난 산책이었습니다. 지겨운 시간 끝에서 발견한 여백입니다. 진주철도문화공원은 보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남았습니다.
▣ 진주철도문화공원
위치 : 경남 진주시 강남동 245-239
휴관 : 전시관 매주 월요일 휴무 / 공원은 연중 이용 가능
관람료 : 무료
주차 :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 무료.
비고 : 2026년 1월 1일부터 주차 유료 전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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