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민첨, 진주가 낳은 고려의 부원수
역사스페셜을 보고 진주 은열사에서 떠올린 이름

졸린 눈을 비벼가며 12월 14일 밤, KBS <역사스페셜–시간 여행자> ‘귀주대첩’ 편을 시청했습니다. 새벽 4시쯤 일어나는 습관 탓에 오후 9시가 넘어가면 잠자리에 들기 일쑤인데도 역사스페셜을 시청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봤습니다. 출근길에는 유튜브로 재생하며 다시 또 보았습니다. 전쟁의 승부를 가른 장면은 또렷했고, 강감찬 장군의 이름은 다시 한번 깊이 우리 가슴에 새겼습니다. 화면이 꺼진 뒤에도 마음에 남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강감찬 장군 곁에서 전장을 움직인 진주 사람, 강민첨. 이 글은 귀주대첩의 승리를 완성한 강민첨 장군을 기록과 공간, 오늘의 진주라는 좌표 속에서 다시 불러보는 기록입니다.

기록이 전하는 부원수 강민첨의 전공
귀주대첩은 대개 강감찬 장군의 승리로 기억합니다. 총사령관의 전략과 결단이 전쟁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전쟁의 완성은 현장에서 전선을 움직인 지휘관의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 강민첨 장군은 고려 거란 전쟁 당시 부원수(副元帥)로 참전해 전장을 지휘한 인물입니다.

『고려사』 열전은 강민첨을 서생 출신으로 기록합니다. 활쏘기와 말타기는 장기가 아니었으나, 의지와 기개가 굳고 결단력이 뛰어나 여러 차례 전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합니다. 고려의 전쟁이 개인 무예보다 판단과 지휘 체계를 중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출처: 『고려사』 권 94 열전 강민첨, 국역 고려사·동아대학교 석당학술원)

1018년 거란 장수 소배압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서북 국경을 넘어 내려왔습니다. 흥화진에서 맞붙은 고려군은 삼교천 수공으로 거란군의 허리를 끊었습니다. 이후 개경으로 향하던 적을 추격해 자산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귀주대첩 이후에는 반령까지 추격이 이어졌습니다. 사살하거나 사로잡은 적군이 만여 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귀주대첩의 승리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든 과정입니다.
(출처: 『고려사』 현종조, 열전 강민첨)
강감찬 장군이 귀주의 깃발이었다면, 강민첨 장군은 그 깃발을 끝까지 붙잡고 있던 손이었습니다.

진주 은열사, 기록이 삶으로 남은 자리
강민첨 장군의 흔적은 기록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진주 은열사(殷烈祠)는 강민첨 장군의 탄생지에 세워진 사우입니다. 말티고개 초입 옥봉삼거리 앞 언덕길에 자리합니다. 은열사로 오르는 길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진주 개경원 터 안내판입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 출장 관원이 머물던 공공 숙소 자리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진주가 국가 행정과 교통의 요지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개경원 터 안내판 옆에 있는 또 다른 안내판은 강민첨 초상화를 이야기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은 보물 제588호로 지정돼 있으며, 은열사 소장본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정조 12년(1788) 박춘빈이 원본을 보고 옮겨 그린 이모본입니다. 고려 공신 초상의 형식과 복식을 연구하는 기준 자료로 평가받습니다.
(출처: 국가유산포털,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강민첨 장군은 전공으로 높은 관직과 식읍을 받았습니다. 하동 악양과 화개 일대 백성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남아 있습니다. 1021년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 조정은 사흘 동안 조회를 중단했습니다. 백성들은 탄생지에 사당을 세워 봄과 가을로 제향을 올렸다고 전합니다. 기억은 국가보다 먼저 사람들 사이에서 이어졌습니다.

강감찬 장군의 위대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귀주대첩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강민첨이라는 이름을 함께 불러야 합니다. 진주를 찾는 날, 남강 언저리에서 발길을 조금만 돌리면 은열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귀주대첩을 기억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진주의 이름을 한 번 더 마음에 적어두셔도 좋겠습니다.
KOREA라는 이름이 세계에 각인되던 순간, 진주 사람 강민첨은 그 역사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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