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겨울 바람이 이끄는 사천 하루
— 12월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당일치기
12월입니다. 쉼 없이 내달려온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진주에서 사천으로 향했습니다. 진주에서 가까운 도시이지만 바다와 숲, 역사와 사람이 잇는 결이 고요하게 이어져 특별한 감성을 선사합니다. 오늘 여정은 여행을 넘어 사천이라는 도시가 품은 풍경과 이야기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늘과 숲에서 만나는 사천의 첫 풍경

아침 9시, 사천항공우주박물관의 문이 열리는 순간에 맞춰 도착했습니다. 야외 전시장에 줄지어 선 비행기들은 초겨울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제각기 시간의 결을 품고 있었습니다. 부활호, 대통령 전용기, 수송기와 전투기, 우주 체험관까지 둘러보며 사천이 ‘항공 도시’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유가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박물관은 야외·실내 구성이 뚜렷해 가족 단위 관람도 무리가 없고, 동선이 단정하게 이어져 편안합니다. 누구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박물관에서 10분쯤 이동하자 수양공원이 반겼습니다. 사천읍성의 흔적 위에 조성된 이 공원은 숲과 역사, 일상이 한데 어우러진 사천의 표정을 담고 있습니다.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읍내는 잔잔했고, 600년 느티나무 앞에서는 묵묵히 흐른 시간을 고요하게 마주했습니다. 주차 공간이 가까워 접근이 쉽고, 읍성 흔적을 따라 걷는 길은 짧지만 여운이 깊습니다. 도시가 품은 일상의 따뜻함이 깊게 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은 사천읍의 진가옥에서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후후 불어가면 먹으니 속이 든든합니다. 사천에서는 이서방네나 박서방네 같은 정겨운 이름을 가진 식당의 생선구이로 유명한 삼천포도 좋지만, 사천읍은 편하게 따뜻한 식사를 하기 좋은 지역입니다. 사천읍에서 따뜻한 국물로 겨울 공기를 녹였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싱그러운 솔향이 밀려오는 듯한 다솔사로 향했습니다. 솔향이 스며든 산길에 초겨울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걸음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문학과 종교, 독립운동의 흔적이 담긴 다솔사의 풍경은 조용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솔사는 주차장에서 경내까지의 산책길이 짧지만, 빛과 향이 살아 있어 계절을 온전히 느끼기에 좋습니다. 숲 전체가 품은 숨결을 느끼며 걷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이 천천히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솔사에서 내려와 사천대교를 건너 선진리성에 닿았습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사라진 겨울의 왜성은 오히려 본래의 구조와 전쟁의 흔적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습니다. 유적지 안내판 기록을 읽으며 사천해전과 조명연합군의 흔적을 따라가며 걷자, 이 도시가 지켜온 기억의 깊이가 차분히 전해졌습니다. 산책로는 걷기 부담이 없고, 강·바다·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점이 많아 조용히 머물기 좋습니다.

바다와 노을로 마무리하는 사천의 깊은 정서

선진리성을 나와 바닷길을 드라이브합니다. 화곡·종포마을을 지나는 길들은 무지개길입니다. 물 빠진 갯벌과 윤슬 위로 초겨울 햇살이 번져 수묵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사천대교와 금오산 능선, 작은 무인도까지 한눈에 들이치는 풍경은 조용히 사천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길입니다. 걸음마다 도시의 또 다른 표정이 담겨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대방진굴항에서는 말발굽 모양의 굴항 안으로 겨울빛이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군사적 기능을 품었던 장소가 지금은 고요한 휴식의 공간이 된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주차장에서 3~4분이면 굴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로, 중간 포인트에서 바라보는 굴항 라인은 사진 포인트로도 유명합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에서 마신 캔 커피 한 모금이 차가웠던 마음마저 따뜻하게 데워주었습니다.

해 질 무렵, 다시금 실안해안도로에 들어섰습니다. 삼천포대교와 케이블카, 바다가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사천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곳곳에 자리한 전망 포인트가 초겨울 여행의 감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삼천포대교공원에서 붉은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는 풍광을 바라봅니다. 덩달아 내 안도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어 갑니다. 거북선, 포토존, 케이블카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객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장면으로도 빛났습니다.

아쉬움에 노산공원에 올라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박재삼 시인의 시비 앞에서 겨울 바다와 도시의 불빛이 고요히 맞닿는 풍경을 바라보니 하루 동안 걸어온 사천의 모습이 마음속에 잔잔히 내려앉았습니다.

하루 동안 사천을 걷고 바라보며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사천은 ‘큰 볼거리’와 ‘조용한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도시라는 점입니다. 초겨울의 사천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쉼을 줍니다. 보약 같은 사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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