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바다 밑을 걸었다, 마음이 달라졌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11. 30.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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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걷고, 운하 위를 보다

- 통영 해저터널과 충무교를 잇는 느린 산책

 

 

 

진주에서 살다 보면, 문득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사방을 가득 채운 산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딘가 답답함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럴 때면 저는 늘 가까운 바다 도시, 통영을 떠올립니다. 차로 한 시간 정도면 닿는 가까운 바다 도시,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바다 밑의 길과 운하 위의 길이 함께 있는 곳. 이 두 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고 생각이 정리되기에, 저는 종종 통영을 찾습니다.

 

 

해저터널 입구에 서면, 90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온 콘크리트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932, 일본군이 군사 물자를 옮기기 위해 만든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도로 해저터널이라는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길이 461m, 높이 약 5m, 등록문화재 제201. 문자로는 짧지만, 걸어 들어가면 그 길이가 마음으로 전해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집니다. 차갑고 조용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며, 잠시 세상과 떨어져 나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마치 세상의 소음이 모두 멀어지는 듯합니다. 바다 밑의 침묵을 걷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오래된 콘크리트 벽에서 풍기는 습기와 묵직한 냄새는 이 터널이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말해줍니다. LED 조명이 깜빡이는 구간에 들어서면, 과거 건축물과 현대적 조명이 만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시간이 한곳에 겹쳐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조명 아래로 드리우는 제 그림자를 보며 잠시 지나온 시간을 떠올려 보기도 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온 순간, 눈앞에는 미륵도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어둡고 조용한 길 끝에서 만나는 이 바다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듭니다.

 

 

해저터널에서 몇 분 걸어 오르면 1960년에 완공된 충무교가 나타납니다. 바다 밑을 지나왔다면, 이번엔 바다 위를 걸어보는 차례입니다.

 

 

충무교 위에 서서 통영운하를 내려다보면 시간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물길, 잔잔한 바람 속에 천천히 지나는 어선들, 바람에 몸을 실은 요트들. 한 장면, 한 장면이 자연스럽고 편안합니다. 운하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 기분입니다.

 

 

멀리 보이는 동피랑 마을의 형형색색 지붕들은 노을빛을 받아 더 따뜻하게 보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다시 복구된 운하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의 고요와 아름다움이 더욱 깊게 다가옵니다.

 

 

바람이 스치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다리는 단순히 건너는 길이 아니라, 통영의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는 길이구나.”

 

통영은 화려하거나 크게 눈길을 끄는 도시가 아닙니다. 하지만 천천히 걸을수록 더 깊어지는 도시입니다. 해저터널의 조용한 공기 속에서는 내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충무교의 바람과 노을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낍니다. 바다 아래와 바다 위를 오가는 이 특별한 길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통영만의 풍경이자 감성입니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그저 바다가 그리운 날이면 늘 통영을 찾습니다.

 

 

지금, 통영을 걸어보시겠습니까? 바다 밑의 침묵과 운하 위의 노래 사이에서 여러분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풍경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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