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공룡나라 고성 가는 길, 늦가을이 내려앉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11.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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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메타세쿼이아와 산빛이 건네준 조용한 환대

 

국도 33호선을 따라 통영으로 향하던 아침, 고성의 하늘은 마치 세상을 깨끗이 비워둔 듯 맑고 고요했습니다.

고요 속에서 가장 먼저 제 마음을 붙잡은 것은, 길 양쪽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의 깊은 빛깔이었습니다.

짙게 물든 붉은 갈색은 한 계절을 통째로 품은 듯했습니다.

가지를 가득 채운 잎사귀들은 늦가을을 온몸으로 견뎌낸 생의 흔적처럼 보였고, 나무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겹치며 한 줄기 터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그 풍경은 마치 오랜 벗들이 늘어서서 저를 배웅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햇살이 나무 끝에 살며시 내려앉자, 붉은 잎사귀 사이로 금빛이 번졌습니다. 빛이 스며든 부분은 따뜻했고, 그늘은 차분했습니다. 그 대비 속에서 계절의 결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서두르지 마십시오. 이 계절을 천천히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그렇게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조금 더 달리자 산자락이 드러났습니다. 산은 초록과 붉은빛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색을 지켜내는 듯한 단풍의 농도는 들어갈수록 깊어졌고, 골짜기마다 남아 있는 서늘한 파란빛이 그 풍경을 더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길 한편에서 만난 갈대들도 늦가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듯, 햇빛을 손바닥처럼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갈대의 끝을 스치면 포실포실한 은빛이 일렁였고, 그 모습은 마치 마음 한쪽에 남아 있던 오래된 기억을 조용히 달래주는 위로 같았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길가를 내려다보니, 낙엽이 바닥에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시간이 조용히 쌓여 있는 듯했지요.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조차 이 길에서는 계절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공룡나라 고성 가는 길은 빠른 길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지나가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길도 많지 않습니다.

붉게 물든 나무와 산빛, 갈대와 낙엽이 서로를 채우고 또 비워내며 이어가는 풍경 속에서, 저는 오늘도 삶이 결국 이렇게 천천히 스며들고 물들고 흘러간다는 사실을 조용히 배웠습니다.

국도 33호선, 고성 가는 길. 그냥 지나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저는 다시 한 번 계절의 마지막 빛을 받아 적었습니다. 이 길 위에서 얻은 여운은 아마도 오랫동안 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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