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면 '달팽이의 별'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4. 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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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했는데, 왜 홍시냐고 물으시면...”

드라마<대장금> 속의 어린 장금이는 맛을 물어보는 정상궁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대사가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 다 본뒤에 떠올랐다. 정상궁에게 '절대미각'을 가졌다는 장금은 '달팽이의 별'을 맛본다면 영화맛(평)을 뭐라할지 궁금했다.

 

 

장애인의 날이자 곡우라는 4월20일 아침부터 봄비가 내렸다. 곡우를 맞아 농부들만 바쁜게 아니라 촉촉한 대지를 신나게 돌아다니기 위해 달팽이도 부산을 떨었지 모른다. 비 그친 오후 <달팽이의 별>이 상영되는 경남 진주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상영관을 찾았다.

 

 

평일은 오전 10시와 오후 5시/7시30분에 상영(토요일 오후5시/7시, 일요일 휴무)되는데 오후 5시에는 40여 개석에 나와 두 명의 여대생이 관객의 전부였다. 영화관람료는 3,000원 균일가인데 나는 공짜! (월 1만원이면 진주시민미디어센터 후원회원으로 상영하는 영화 무제한 공짜에 무료장비 대여와 각종 교육 무료참여가 가능한...)

 

 

<달팽이의 별>은 강릉,고양,순천,제천,원주,진주에서 4월5일부터 30일까지 동시 개봉, 상영 중이다. 2011암스테르담영화제 장편경쟁부문 대상, 장애인영화제 작품상, EBS 국제다큐영화제 유니세프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보이지 않는 눈과 들리지 않는 귀를 가진 영찬. 척추장애로 어른이되 어린아이처럼 작은 키를 가진 순호. 이 두 연인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앞을 못 보고,듣는 남편을 위해 마치 모로스 부호를 치듯 손으로  말을 건네는 아내. 근데 이 부부의 침실에 전등이 나갔네 어쩌나. 처음에는 키 작은 아내가 아빠 목에 올라탄 아이처럼 남편 목에 올라탔지만 여의치 않았다. 시청각장애를 빼면 별반 다름없는 남편이 일어났다. 아내는 유선으로 조종하는 로봇처럼 남편에게 손으로 하나하나 일러주었다. 전등을 빼어 새로 갈자 여느 집처럼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이처럼 우리 일상 속에 있는 모습을 단지 천천히 소통하고 나누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루했다. 배경음악도 거진 없고 거의 현장음이 대부분인데 그나마도 듣지 못하는 남편덕분에 부부의대화가 활기차지 않고 수화가 아니라 손에 글을 쓰듯 대화를 나누기에 귀도 심심하다.  어린 장금이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나처럼 그냥 "우리 이웃집 부부이야기네요"하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른바 장애인부부가 등장하는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조의 동정을 유발하는 영화를 기대한 이라면 실망감이 들지 모른다.

 

처량한 모습을 자아내 동정을 유발하고 눈물샘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영화 사이사이 나오는 남편 영찬 씨의 시가 뚫어지게 우리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현실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꿈에서도 못 봐. 꿈에서도 (나는)시청각장애인"이라는 달팽이 별사람 영찬 씨가 한 말에 가슴이 뜨금하다. 우리는 현실을 모른다. 지체장애를 가진 정 마리아가 페이스북에서 한 말이 더 슬프다. "장애인의 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다 같은 사람인데 특별한 날을 정하여 굳이 다르다는 걸 알려야 하나요. 그렇다면 비장애인의 날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자료 사진제공 : 달팽이의 별 공식블로그(http://blog.naver.com/happy_snail)

진주시민미디어센터 : http://cafe.daum.net/imji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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