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뜻밖이었다. 4월16일, 그날 아침도 여느 때처럼 성심원 뜨락에서 직장동료들과 아침조회를 마치고 푸른 잔디밭에서 잔디 아닌 이외 것을 뽑고 있을 때였다. 동료가 내게 건넨 것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 뿌리부터 길이를 재어도 기껏 7~8cm가량이다. 받아들긴 했는데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아침에 마신 종이컵이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마셨던 종이컵을 씻고 화단의 흙과 함께 심었다.
이 녀석이 '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른 소나무처럼 옹골차게 살고픈' 해찬솔, 내게로 왔다.
어르신들의 아침식사를 도와드리고 동창이 밝았느냐는 말이 무섭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한숨 돌리무렵 요양원 2층식당 창가에서 그와 함께 햇살에 샤워한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푸르다. 이마에 맺힌 땀을 바람이 훔쳐하고 하늘이 닦아줄때 커피 한 잔의 넉넉함이 식당안 가수 이미자의 구성진 노래가락과 초록풍경이 함께한다. 해찬솔 전용 노란 머그잔 옆에 지금은 종이컵에 담긴 소나무가 작다.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할때마다 작은 접시에 담긴 종이컵 속의 소나무도 따라 다녔다. 아침으로는 동쪽으로 난 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머금고 점심무렵에는 남으로, 오후에는 서쪽으로 난 창을 따라 햇살 가득 머금는다.
결국 내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haechansol) 에서도 흔적이 표지로 남았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가까이가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불과 반세기전만 해도 대부분 소나무로 지어진 집에서 태어났고 소나무 장작으로 데워진 온돌에서 우리네 엄마들은 몸조리를 했다. 내 태어났다고 동네방네 알린 금줄에는 솔가지가 끼워졌다.
3~4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이 한반도로 들어왔을 때부터 함께한 소나무. 햇살만 가득하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았다. 돌무더기나 바위틈에서도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우리와 함께하는지 모르겠다.
소나무 송(松)자는 중국 진시황이 길을 가다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덕으로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자 고맙다는 뜻으로 공작의 벼슬을 주어 목공(木公) 즉 나무공작이라는 귀족작위를 내려 이 두 글자가 합쳐서 송(松)이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중국에는 없고 오직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우리 나라 모든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 우리나무 백가지 ,현암사출판사>
이제 소나무는 종이컵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나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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