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서는 길을 잃고 싶다-통영 새미골길 골목정원

아파트에는 없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에는 있습니다. 실타래처럼 이어진 이야기와 더불어 꽃길이 우리를 반기는 곳, 통영 도천동 새미골3길입니다. 168m 구간에 꽃과 나무, 음악과 벽화가 어우러진 도심 속 골목 정원을 찾았습니다.

우선 통영시립박물관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에 들러 통영의 역사와 문화를 톺아보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단순한 진리 덕분인지 통영이 더욱 살갑게 다가옵니다.

박물관을 나와 걷는데 발아래에서 교가가 들려옵니다. 보도블록 사이에 놓인 동판에 통영초등학교 교가 동판이 보입니다. 이곳 출신 청마 유치환(1908~1967)이 작사하고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작곡했습니다. 보도블록 사이로 윤이상 작곡한 교가들이 숨은 보물처럼 우리를 길 안내합니다.

작은 모퉁이에 이르자 <음표 정원>이 우리를 반깁니다. 숨을 고릅니다.

여기를 지나자, 건물 사이 좁다란 골목이 나오는데 우리 가슴에 명찰을 달듯 <새미골 골목 정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골목 입구부터 피튜니아 꽃들이 벽 사이로 열렬한 꽃들의 환영을 받습니다. 꽃길만 걷는 즐거운 까닭에 걸음은 더욱 가벼워집니다. 여기 골목에는 꽃들이 주인 행세를 하면 우리를 반깁니다.

우편함 위에 새미골3길이라는 도로명 주소와 함께 안단테 윤이상 음악 여행길이라는 황금빛 표지판이 우리를 잔잔한 음악 여행길로 이끕니다.


여기는 작곡가 윤이상의 등굣길이기도 하고 골목 끝자락에 윤이상 기념관이 있습니다. 실타래처럼 이어진 골목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집니다.

골목길 중간에 어디에 이르자 베를린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 주택이 우리를 붙잡습니다.


근처에 윤이상 존이 있습니다. 선생이 직접 작사 작곡한 교가 11점과 선생의 모습을 새긴 철판 조형물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윤이상은 1956년 독일 유학 전까지 통영여고와 부산사범학교, 부산고 등에서 음악 교사를 지내면서 통영 지역 초등학교 10여 곳을 포함해 마산고·부산고·고려대 등 모두 30여 편의 교가를 작곡했습니다. 교가들이 골목 한쪽 벽면에 가득합니다. 교가와 함께 아이들의, 청춘들의 소리가 합창으로 들려오는 듯합니다.

오케스트라 벽화 앞에서 선생의 음악을 들으며 지휘자인 양 지휘봉으로 바람을 가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비껴간 듯한 골목 사이를 헤매다 보면 시간 여행자가 된 양 더욱 즐겁습니다. 골목에서 고개를 올려 바라보면 하늘이 푸른빛으로 사이사이 비춥니다. 하늘과 맞닿은 담장 위 고양이 형상의 화분에도 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한뼘정원. 작지만 큰 정원이 주는 아늑함이 좋습니다. 골목 여행의 묘미는 골목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은 막히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골목은 막히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어느새 걸음은 윤이상 기념관에 이릅니다.

윤이상이 독일에서 생활했던 집의 모양이라는 베를린하우스가 이국적인 풍경을 선물합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다시금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골목과 골목이 씨줄과 낱줄처럼 이어진 이곳에서는 공기도 다릅니다. 탄산처럼 톡 쏘는 맛은 아닙니다. 담백한 듯 잔잔한 풍경이 주는 평화가 좋습니다.

마치 천상의 화원을 걷는 기분입니다. 걷는 순간 천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윤이상의 음악을 만나면 절망이 희망이 되고 평화의 바다에서 그의 미소와 마주한다.”
벽화와 골목 어귀의 문구 하나가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유튜브에서 관련 음악을 찾아 들으며 골목길로 걸음을 다시금 천천히 옮깁니다. 희망이 샘솟고 평화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일렁입니다.

이곳에서는 길을 잃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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