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5. 9. 1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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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일상에서 살아갈 희망을 선물 받다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자연이 또 한 번 표정을 바꾸는 9월입니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국악 공연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무르익은 화창한 봄 마중을 위해 3월에는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가을을 맞이하러 97,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91회 정기연주회 <반전4-소리에 반하고 아름다움을 전하다>를 다시금 관람했습니다.

 

공연 시각은 오후 5시지만 한 시간 전에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문화회관 곳곳에는 <형상과 상상>이라는 특별기획 전시가 928일까지 열리고 있어 공연을 기다리는 우리를 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연장 로비에서는 로비 음악회가 공연 1시간 전부터 열리고 있었습니다. 피리 독주곡 <나무가 있는 언덕>을 비롯해 <생황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적”>, <“춤을 위한 메나리피리 3중주> 등이 공연에 앞서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먼저 이끌었습니다.

 

 

20여 분의 로비 음악회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형상과 상상, 야외 전시를 둘러보고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족들이 많이 오신 듯합니다. 아빠 또는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가족을 비롯해 머리에 하얀 중절모와 하얀 재킷을 입은 멋쟁이 할아버지도 보입니다.

 

 

얼굴 일부와 머리만을 둘러싸는 히잡(حِجَاب / Ḥijāb)을 쓴 이들도 보입니다. 아마도 여성 무슬림(무슬리마)인 듯합니다. 그 일행도 나란히 앉아 함께합니다.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는 무료입니다. 인터넷 예매사이트(콘테스트 https://contest.co.kr)를 통해 좌석 지정 예약이 가능하고, 공연 당일 현장에서도 잔여석에 한해 입장권을 배부받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공연이 시작됩니다. 무대 배경에는 분홍빛 벚꽃들이 달의 빛이 은은하게 흩뿌려지는 와중에서 바람결에 덩달아 눈꽃처럼 휘날립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처럼 갓 쓴 이가 등장해 판소리 협주곡 <춘향가> 이별가를 소리합니다. 서의철 소리꾼의 소리 하는 중간중간에 잘 한다후렴구와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이어서 대금 협주곡 <대바람 소리>를 류근화 경북대 국악과 교수가 들려줍니다. 대금 소리가 마치 바람 한 점에 댓잎을 마주하며 비비듯 스르륵스르륵대나무들의 합창처럼 들립니다. 마치 대숲 한가운데로 들어온 양 대나무에서 뿜어내는 음이온이 우리의 지친 심신을 달래줍니다. 덩달아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합니다,

 

 

대금 연주가 끝나자 조용한 산사의 풍경 소리처럼 종이 울립니다. “뎅그렁뎅그렁이어서 소복을 입은 여인이 붉디붉은 천을 무대 위에 던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국악관현악 <붉은 진주>입니다. 진주라는 공간에서 동아시아국제전쟁(임진왜란) 당시의 수많은 희생과 논개를 우리 진주국악관현악단이 그날을 기억하며 들려줍니다.

 

 

처연한 듯 애절합니다. 붉은 천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진 진주성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노을 진 하늘로 풍등(風燈)이 별처럼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방송사고라도 난 듯 3초가량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정적이 찰나처럼 지납니다. 아픈 기억 너머로 다시 해가 떠올라 진주성을 비춥니다.

 

 

<붉은 진주>가 끝나자, 대공연장이 무너지는 듯 박수가 쏟아져나옵니다. 진주라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진주만의 정서가 주는 슬픈 듯 자랑스러운 선조들의 불의에 항거한 듯이 잊지 않겠다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류근화 교수가 다시금 대금 협주곡 <비류>를 통해 대금 소리를 들려줍니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우르르 몰려가는 듯합니다. 갈대에 일렁이는 바람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오는 양 잊고 있던 가을이 인사를 건넵니다.

 

 

공연은 막바지를 향해 내달립니다. 서의철 소리꾼이 갓을 쓴 한복이 아니라 멋진 양복을 입고 등장해서 흥겹게 <장타령>을 들려줍니다. 떠돌이 장사꾼 장돌뱅이들이 부르던 흥겨운 민요를 따라 덩달아 우리도 장터에 온 양 품바를, 각설이타령을 주거니 받거니, 따라 합니다.

 

 

아쉬움은 앙코르를 청합니다. 서의철 소리꾼은 희망가로 관중의 요청에 답합니다.

 

 

이 풍진(風塵) 세상(世上)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希望)이 무엇이냐? 부귀(富貴)와 영화(榮華)를 누렸으면 희망(希望)이 족할까? 담소화락(談笑和樂)에 엄벙덤벙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침몰(沉沒)하야 세상만사(世上萬事)를 잊었으면 희망(希望)이 족할까

 

 

모든 공연은 끝났습니다. 돌아가는 모두는 힘겨운 일상에서 살아갈 희망을 선물 받고 갑니다. 삶의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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