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작은 개천이라는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뛰어난 존재인 용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태어나면서 입에 금수저를 물고난 경제적 양극화 현실에서 이제는 ‘개천에서 용 안 난다’라고 자조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속담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자 개천을 찾았습니다. 경남 고성 개천면!

개천면(介川面)은 창원과 진주 경계에 있습니다. 진주 문산읍을 지나고 영오를 거쳐 갓습니다. 오전 7시 무렵 길을 나선 덕에 안개가 흩뿌려졌습니다. 해가 솟아오르자 안개가 스르륵 걷혀가면서 벼락들이 익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덩달아 거미가 쳐 놓은 거물 같은 거미줄에 맺힌 이슬들이 간밤 사냥의 결과를 드러냅니다.

면사무소가 있는 소재지에 이르렀습니다. 동네가 작습니다. 아담합니다.

개천면 건강복지센터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센터 내에는 ‘개천애(愛) 카페’가 있습니다. 주민이 만들고 운영하는 카페로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문을 엽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동네 마실 가듯 걷습니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옛 예배당이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며 일상 속 긴장을 풀게 합니다.


걸음은 어느새 개천초등학교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벽화를 따라 걷다가 문득문득 걸음을 멈춥니다. 벽화가 우리에게 주는 격려를 주워 담습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는 곁으로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라는 글귀가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줍니다.

골목 담장 너머로 햇살에 빛나는 사과들이 주렁주렁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하명마을회관 앞 나무 아래에서 숨을 고릅니다. 하명마을의 옛 지명은 명동(明洞)이었다고 합니다. 하명과 상명마을의 모양이 날 일(日)과 달 월(月)을 닮아, 두 마을을 합쳐 밝을 명(明)자 형상이라 명동이라고 했답니다. 서울의 명동을 걷는 기분입니다. 천 리 길을 한달음에 다녀온 듯합니다.

담벼락 시멘트 블록 사이로 난 학교 모습이 정겹습니다. 학교 정문 옆 개교 백 주년 기념비 뒤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세 그루가 있습니다.


150년이 넘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2그루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야외 학습이 가능한 공간이 나옵니다. 나무의 초록 기운을 받는 아이들의 꿈도 성글어갈 듯합니다.

나무껍질에는 매미의 허물도 보입니다. 마치 매미의 지난여름 노래가 들립니다. “내 탓이오. 내 허물이오. 무대 아래 칠 년 조바심, 무대 위 칠 일 꽃피우고 떠나네. 공(空) 하나 남기고”


덩달아 나무에 손을 얹고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하늘의 맑고 고운 기운이 전해지는 기분입니다.

나무의 기운 덕인지 걸음은 더욱 가벼워집니다. 연화산 옥천사로 가는 입구에서 방향을 돌렸습니다. 개천(영오천)을 따라 걷습니다.

개천에 담긴 하늘은 맑습니다. 일상의 번뇌를 씻은 듯 개운합니다.

크고 작은 꽃들이 걸음마다 따라와 인사를 건넵니다.

다시금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아담한 마을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용의 기운을 가슴에 담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전설이 아니라 현실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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