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온 몸에 힘이 솟는다-진주맛집, 서울설렁탕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5. 3. 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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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힘이 솟는다-서울설렁탕

 

아침 10,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아침으로는 늦었다. 가족들이 뭘 먹을까? 각종 음식 이름을 떠올렸다. 그러다 누군가의 입에서 설렁탕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몸속이 뜨끈하게 데워지는 기분이다. 날이 칙칙하고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오늘 날씨에 설렁탕은 더욱 구미를 댕긴다.

메뉴가 정해지자, 장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집 근처 설렁탕 잘하는 곳으로 향한 곳은 공단로터리에서 진주시청 사이 도로변에 있는 진주 상대동 <서울설렁탕>이다.

 

밥때가 아닌 시간인데도 식당 앞 너른 주차장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다행히 2대로 나눠타고 온 차들을 주차할 곳은 어렵지 않았다.

장모님까지 포함해 모두 6. 두 테이블로 나눠 주문했는데 막내와 나는 특설렁탕을 옆 테이블의 가족들은 설렁탕과 만두 세트를 주문했다.

먼저 섞박지와 김치가 든 항아리를 종업원이 우리 앞에 내어온다. 작은 앞접시에 들어서 먹었다. 달착지근하면서 상큼하다. 덕분에 입맛에 행복한 침샘이 고인다.

이어서 몇 가지 밑반찬이 차려진다. 땡초와 생마늘, 젓갈, 찍어 먹을 간장 소스 등.

 

단출한 밑반찬이 차려진 뒤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설렁탕이 나왔다. 주로 살코기와 내장 위주로 육수를 내 맑고 기름진 곰탕에 비해 사골과 도가니 등 뼈 위주로 끓인 설렁탕은 짙고 뽀얗다.

주방 화로로 올려져 온몸으로 열기를 담았던 뚝배기는 아직도 그 기운을 잃지 않고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낸다. 버섯과 대추가 하얀 거품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특설렁탕에는 밥이 따로 나온다. 설렁탕을 시키면 뚝배기에 소면과 함께 밥이 깔린 위로 국물이 혼연일체를 이루어 나온다. 특설렁탕을 시키면 소면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소면을 청하면 나오지만, 굳이 소면을 추가해서 배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경쾌한 부글부글 소리가 사그라들자, 안개가 걷힌 듯한 뚝배기 속에서 소고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초록빛의 대파 사이로 적당한 크기로 잘린 고기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내자 다시금 입안에서는 침샘이 돈다.

 

대파를 총총 쓴 항아리도 따라 나와 옆 테이블에 앉은 가족들이 듬뿍 넣지만 나는 넣지 않았다.

나온 그대로의 뚝배기에 천천히 숟가락을 넣었다. 스텐 숟가락을 후후 불면서 입안으로 넣었다. 따스한 기운이 온몸의 긴장을 스르륵 풀게 한다. 긴 밤을 보낸 텁텁한 입안의 묵은 내가 사그라진다. 중요 의례를 앞둔 제관들이 목욕재계하듯 국물 한 숟가락으로 입안을 정갈하게 행군 기분이다.

 

국물로 행군 입안에 두툼한 양지 고깃덩어리를 집었다. 간장에 살짝 찍었다. 고기가 착착 감기듯 고소한 맛을 내며 퍼진다.

 

섞박지를 고기에 올려서 또다시 한 입. 상큼발랄하다. 입안에서 생동하는 기운이 넘실거린다. 때로는 김치와 함께한다. 항아리에서 먹고 싶은 만큼 김치와 섞박지가 나왔다.

이어서 만두를 집어 들었다. 만두피 너머로 새순이 나듯 연둣빛으로 감싸는 만두소가 부드럽게 씹힌다.

 

국물에 밥을 말아도 좋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탕과 밥을 따로 했다. 탕 속의 국물과 고기에 집중했다. 부족한 뱃속의 공간은 때로 밥알로 채웠다. 푹 고아낸 육수에 밥 한 그릇. 영혼까지 풍족해진다.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숟가락을 옆으로 눕혔다. 두 손으로 받들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이마에 작은 이슬이 맺히고 묵직한 소의 기운이 밀려오는 기분이다.

계산을 치르고 문을 나서자 처진 어깨가 쭉 펴진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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