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쉼…. 창원 소쿠리섬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처럼 다가온 가을입니다. 후다닥 떠날지 모른다는 조바심도 났습니다. 가을보다 더 선명한 가을을 담으러 섬으로 떠났습니다. 창원 진해구에 있는 이름도 정겨운 소쿠리섬으로~
창원 진해해양공원이 있는 명동항으로 가면 소쿠리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왕복 7,000원이면 떠날 수 있습니다.
배 시간에 맞춰 굳이 올 필요는 없습니다. 명동항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바다로 난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거닐어도 좋습니다.
세월을 낚으러 떠나는 강태공뿐 아니라 섬으로 잠시 일상에서 탈출하러 가는 이들로 배는 이미 만선입니다.
배 안에 들어가도 좋지만 10분 남짓이면 닿을 가까운 거리라 대부분 밖에서 바람을 맞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합니다. 구름 잔뜩 낀 하늘이지만 바다를 스쳐온 바람은 우리의 뺨을 시원하게 어루만지며 오갑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소쿠리섬에 도착합니다. 배에서 내리자 <소쿠리섬 사슴포획 사업>이란 펼침막이 우리를 먼저 반깁니다.
소쿠리섬 내 사슴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려는 듯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사슴들이 여기저기 그들의 낙원인 양 뛰어놉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캠핑을 위해 쳐놓은 텐트 사이를 오갑니다. 선착장 주위에는 각종 텐트가 이곳이 캠핑 천국임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주위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섬을 가로질러 너머로 걸음을 향하자 하얀 털이 고운 ‘소쿠리’가 짖습니다. 섬에 온 이가 버린, 유기견(遺棄犬)입니다. 이제는 섬 내 매점 아주머니가 이 녀석의 이름을 ‘소쿠리’라 지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녀석은 낯선 이를 반기는지 아니면 경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점 곁은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지나면 섬의 너머가 나옵니다. 여기는 선착장과 달리 텐트를 친 이가 적습니다.
모래보다는 자갈이 더 많은 바닷가를 걷습니다. 돌멩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바닷소리가 함께 어울립니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어느 곳에 앉아 멍때리듯 바다를 봅니다. 바다와 교감하며 푸르름에 마음을 씻습니다.
남북의 길이가 약 250m, 동서의 너비가 약 500m인 소쿠리섬은 10만 8천6백십2㎡의 면적의 작은 섬입니다. 소쿠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섬 내에서는 모양새를 알 수가 없습니다. 섬을 한바퀴 돌려니 중간중간 해안이 바닷물로, 절벽으로 끊어집니다. 억지로 헤쳐갈 필요도 없는 탓에 그저 섬이 허락하는 만큼만 걷습니다.
다시금 선착장이 있던 바닷가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탐험가처럼 섬을 걷습니다. 그러다 심심하면 바닷가에 앉습니다.
구름을 비집고 내리는 섬을 비추는 햇살이 그저 평화롭습니다. 훑고 지나는 바람이 달곰합니다.
세상은 고요합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찰랑찰랑 바다가 건네는 인사에 덩달아 육중한 일상의 무게를 던집니다. 이곳에서는 도시의 번잡한 소음은 가라앉습니다.
섬에서 바다 너머의 섬을 봅니다. 섬에서 바다 너머의 뭍을 봅니다.
배 시간에 맞춰 다시 뭍에 오릅니다. 이번에는 우도를 지나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섬에서 섬을 보고, 섬에서 길을 걷고 쉼을 얻고 갑니다. 섬에서 완벽한 나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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