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냉면 맛집, 송기원 진주냉면 산청원지점
원래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산청 신안면 황포냉면 원지점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오후 12시 40분이라 점심 정점이긴 하지만 대기표를 뽑으니 우리 앞에 12팀이 더 있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근처 냉면 맛집인 송기원 진주냉면 산청원지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는데 여기도 대기였습니다. 다행히 앞에 간 식당보다는 덜 기다려도 될 듯해서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송기원 진주냉면 본점은 진주시립 연암도서관 앞에 있습니다. 1992년 진주 상대동 공단 로터리에서 조선면옥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2004년 을지면옥으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장뇌산삼을 이용한 건강식 냉면을 선보였고 2007년 서울 국제 음식 대전에서 산삼 진주냉면을 출품해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3년 현재의 상호로 바꾸고 메뉴도 재단장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백년 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백년 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한 가게 중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에 부여되는 공식 인증제도입니다.
북한도 인정한 냉면이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입니다. 1994년 북한이 펴낸 <조선의 민속 전통>에 ‘랭면 가운데서 제일로 일러주는 것이 평양랭면과 진주랭면이다’라며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1966년 진주 중앙시장 대화재로 명맥이 끊겼다가 지역 상인들이 복원에 나섰고 냉면 붐이 일면서 진주 지역 곳곳에 진주냉면 하는 곳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송기원 씨에게 배운 제자 이상후세프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를 몇 번이나 찾아 먹은 동료에 따르면 갈비탕도 맛나다고 합니다.
저는 물냉면, 섞은 냉면과 비빔냉면 등 골고루 주문했습니다.
물은 셀프처럼 온육수는 여기서도 셀프입니다. 고소한 멸치 온육수는 마치 바다의 깊은 맛을 잊지 말라는 듯 우리 입안을 타고 가슴으로 내려옵니다.
온육수로 목을 축이자 연이어 주문한 냉면들이 나왔습니다.
달걀옷을 입은 육전에 달걀이 올려진 물냉면이 살얼음 육수 의로 솟아올라 다가왔습니다. 먼저 육수를 마십니다. 간이 배어 따로 겨자소스와 식초를 첨가하지 않았습니다.
섞은 냉면을 살짝 곁눈질합니다. 매콤한 듯한 검붉은 빛의 양념장이 올려진 비빔 곁으로 육전들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살얼음이 주는 시원함이 목을 타고 경쾌하게 내려갑니다. 무더위에 짜증 난 몸과 마음은 딱딱한 긴장을 스르륵 풉니다.
미리 구운 육전이 시간이 지난 듯 다소 딱딱하고 면은 풀린 듯 부드럽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말이 없습니다.
음 소거된 듯 모두 냉면에 빠졌습니다. 푸른 바다와 지리산이 하나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 밝고 신난 냉면 덕분에 오후에도 건강하게 일할 에너지를 한가득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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