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야경을 품다-통영 충무교
"다리는 길의 연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과 세상, 사람과 사람, 세상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다리를 걷노라면 다리를 지나는 모든 이야기를 듣기 좋습니다. 더구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너스로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통영 도심과 산양도(미륵도)를 이어주는 충무교입니다.
통영 도심에서 산양도를 이어주는 다리는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있습니다. 먼저 세상을 이어준 충무교는 통영대교에 비해 도로 폭이 좁습니다. 하지만 도심에 더욱 가까이 있어 다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합니다.
다리를 오가기 위해 진남초등학교 외부 주차장에 먼저 차를 세웠습니다.
학교 입구 육교를 건너 오가는 차들 위를 가로질러 충무교로 향했습니다.
다리 입구에 이르자 ‘밤이 아름다운 도시 통영’이라는 광고판이 먼저 눈길을 끕니다. 밤 풍광이 더욱 아름다운 통영을 구경하고자 찾은 시각이 오후 7시 30분.
입구 한쪽에 있는 벤치에서 숨을 고릅니다. 아직 사방은 태양의 열정 덕분에 환합니다.
천천히 충무교를 걷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머리가 쭈뼛 섭니다. 아찔해서가 아닙니다. 주위 풍광이 너무도 즐겁고 황홀하기 때문입니다.
오가는 바람이 위아래로 우리를 기분 좋게 어루만지듯 지납니다. 통영 운하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장마철이라 언제라도 비를 내릴 듯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몰려있지만, 우리 두 눈에 비치는 풍경은 보석처럼 아름답고 빛납니다.
1599년(선조 32)에 세워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 효시로 알려진 착량묘가 보입니다. 다리 위에서 바로 발아래 판데목이라는 이름과 함께 옛이야기가 바람결에 전해옵니다.
한산대첩 때 이순신 장군이 이끈 조선 수군에게 쫓긴 일본군들이 좁은 목으로 도망쳐 들어왔다가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헤치고 물길을 헤쳐 도망친 여기를 판데목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본군이 무수히 죽었습니다. 일본군의 목이 뎅강 나간 곳이라 송장목이라고도 합니다.
바닷물에 보이지 않지만 미륵도를 연결하는 근대문화유산 제201호인 해저터널이 바다 아래 있습니다. 해저 10m 지점에 판 통영 해저터널은 터널 길이는 483m, 폭은 5m, 높이는 3.5 미터로 일제강점기인 1931~1932년에 만들어졌습니다. 1967년에 충무교가 만들어지면서 차량 통행은 금지되고 현재는 사람들만 오갑니다.
다리를 기분 좋게 건너자, 벚나무 터널들이 초록빛으로 반깁니다. 봄이면 분홍으로 뒤덮이며 오가는 이들을 설레게 할 듯합니다. 건널목에서 버튼을 누릅니다. 잠시 후 신호가 바뀌어 건너편으로 갑니다. 윤이상 이야기며 충무 운하교(착량교)로 가는 길에서 만날 이야기에 벌써 설레게 합니다.
백운서재로 가는 길이 잠시 걸음을 망설이게 합니다. 오늘은 다리, 충무교에 집중하기로 하고 다리 쪽으로 걸음걸음 옮기자, 쉼터가 나옵니다. 하늘색의 더블베이스 형상의 조형물이 통영의 노래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충무교에 보랏빛 조명이 들어옵니다. 보랏빛 향기가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다리 위에 이르자 다시금 주위 풍광이 와락 안깁니다.
저만치 보이는 통영대교에도 조명이 들어옵니다. 충무교 서쪽에 있는 통영대교는 1998년에 만든 현대식 다리입니다. 야경이 멋져 많은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입니다.
다리 아래로 바닷가를 따라 조명이 들어옵니다. 진분홍빛입니다. 바다에 비친 모습이 잔잔하게 일렁이며 수채화 같습니다.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넉넉합니다. 덩달아 걷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샘솟습니다.
다리 끝에 이르자 아래로 쉼터가 보입니다. 다리를 중심으로 곳곳에 쉬어가라 유혹하는 곳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다리 끝 산양도 쪽에 이르면 옛지도와 함께 김삼주의 공덕을 기린 김공삼주송공비(前出身金公三柱頌功碑)와 함께 <착량교와 김삼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착량교(鑿粱橋)는 1757년(영조 33)에 처음 만들 때는 나무다리였습니다. 김삼주는 1915년에 나무다리를 철거하고 사재로 아치형의 돌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충무교는 1967년에 착량교 자리에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다리를 마치 탑돌이 하듯 몇 번을 걷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결국 다리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지나는 모든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역사를 다시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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