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벅수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2.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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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만난 나만의 수호신, 통영 벅수

 

통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습니다. 삼도수군통제영과 한산도대첩, 꿀빵 등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벅수를 떠올리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멍청이라는 경남지역의 말이 벅수입니다. 융통성 없어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영 벅수는 우리에게 친근하게 곁을 내어주는 든든한 장승이기도 합니다.

 

삼도수군통제영, 세병관 앞 통영중앙시장 공용주차장에 이르면 문화동 벅수가 우리를 반깁니다.

돌로 만든 석장승입니다. 마을이나 사찰 입구 등에 세워져 경계를 나타내기도 하는 장승은 잡귀 출입도 막는 수호신 역할은 물론이고 지세를 보강해 주기 위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세우기도 합니다.

보통 남녀 한 쌍이 짝을 이루는데 여기 벅수는 하나만 홀로 서 있습니다.

 

이마는 주름이 깊게 패 있습니다. 쏟아질 듯한 둥근 눈은 튀어나왔습니다.

삼각 형태를 띤 코는 뭉툭합니다. 머리에는 벙거지를 쓰고 턱 밑에는 굵은 선으로 세 가닥 수염이 그려져 있습니다.

 

활짝 웃는 벌어진 입에는 송곳니가 길게 삐져나왔습니다. 무섭기보다는 익살스러운 개구쟁이 형상입니다.

 

벅수 앞쪽에는 토지대장군(土地大將軍)’이라고 뒤쪽에는 '광무 십 년 병 오팔 월 일동 낙동 입(光武十年丙午八日同樂洞 立)'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고종 10(1906)에 세워졌다고 알려줍니다.

 

벅수 옆에는 벅수 옮긴 기록을 새긴 빗돌 3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이 벅수는 통제영 앞마을 어귀에 서 있었던 것을 1983년 도로 확장하면서 통제영 입구 오른쪽에 옮겨 보존했었습니다. 옛 옮긴 곳이 통제영 거리로 만들어지면서 원래의 위치로 추정하는 곳으로 옮겨 세웠다고 합니다.

 

몇 번의 이사를 해온 셈입니다. 그럼에도 문화동 벅수는 넉넉한 품으로 오가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벅수 앞에 서면 일상 속 묵은 찌꺼기는 날아가 버립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웃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찾은 이들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함께하겠다는 다짐인 양 오늘도 하늘 아래 우뚝 서서 우리를 반깁니다.

 

문화동 벅수와 인사를 나누고 찾아간 곳은 당포항입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끈 당포해전의 승전지입니다. 찾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서녘으로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바다는 온통 황금빛으로 찰랑찰랑했습니다.

 

항구로 들어서는 입구 한쪽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돌 장승 한 쌍이 있습니다. 얼굴은 닳고 닳아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당산나무 아래에 흐뭇한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과 차를 구경하는 듯 서 있습니다. <산양읍지>전설과 이야기편에 따르면 일본군에게 여동생이 살해된 당포마을 한 사내는 견내량 전투를 앞두고 당산나무 아래에서 무녀를 만납니다. 누이를 닮은 무녀에게 죽임을 당한 누이 한을 풀 수 있도록 부탁한 뒤 이순신 장군을 따라 전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온 힘을 다해 기도한 무녀는 돌로 변했고 일본군과 싸우던 사내도 화살에 맞아 돌처럼 굳어져 갔다고 합니다.

 

옛적의 이야기를 품은 아담한 크기의 장승은 그저 바라만 봐도 마음에 평화가 깃듭니다.

 

통영에서 만난 나만의 수호신 덕분에 몸과 마음에 나쁜 기운을 몰아낸 기분입니다. 이제는 더욱 좋은 일들만 생길 듯합니다. 평온을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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