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월아산 숲속의 진주 작가정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10. 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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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월아산 숲속의 진주 작가정원

 

 

월아산 정원박람회(78~712)가 막을 내렸습니다. 정원박람회는 끝났지만, 당시 참여 작가들이 만든 정원은 숲속의 진주 보석처럼 지금도 우리의 걸음을 기다립니다. 숲속의 진주는 어디를 걸어도 좋지만 이곳은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진입하는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마치 어머니 품에 안기는 듯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월아담을 지나 맞이들담으로 향했습니다. 오픈니스 스튜디오 최재혁의 <청림월연(淸林月淵)>이 어서 오라는 듯 반깁니다.

 

선비라도 된 양 넉넉한 걸음으로 정원을 거닙니다.

 

월대 위 선정에 오릅니다. 마루에 앉자, 고요가 밀려옵니다. 마치 별천지에라도 온 양 세상은 적요합니다.

 

텅 빈 마당을 평온이 채웁니다.

 

 

숨을 고릅니다. 앞에 있는 대나무숲들이 초록빛으로 우리의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대숲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데크로드가 있어 산자락이지만 힘이 들지 않습니다.

 

대숲에 안기자, 오가는 바람에 대나무들이 사각사각 장단을 맞춥니다. 이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습니다. 어디를 가도 푸른 빛으로 몸과 마음을 물들일 수 있습니다.

 

 

눈과 마음이 초록으로 물들자, 걸음은 더욱더 가벼워집니다. 상쾌해집니다. 대숲을 나와 테크 길을 걷습니다. 숲속의 진주가 본격적으로 가슴에 안기듯 들어옵니다.

 

 

작은 연못에 숲속의 도서관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저만치에 다가옵니다.

 

 

지난여름을 잊지 말라는 듯 별 수국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월량선경(月亮仙境)이라 새겨진 빗돌을 만납니다. ‘달빛 밝은 이곳 월아산 자락에서 신선과 함께 머물다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미 신선입니다.

 

표지석을 뒤로 하고 <월아회원>이라는 작자 정원으로 향합니다. 고요한 물이 더욱더 우리를 정갈하게 합니다. 일상 속 묵은 때를 씻겨주는 기분입니다.

 

멍때리기 좋습니다. 벤치에 앉자, 넋 놓고 물 구경합니다. 일상 속 번뇌가 사라집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숲속의 맑은 기운이 온몸을 감쌉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기분입니다.

 

 

<자연의 춤, 우리의 기록>으로 향합니다.

 

나무 마루를 지납니다. 돌 징검다리가 나옵니다. 자연과 우리를 이어지는 듯합니다.

 

 

동자꽃, 노루귀, 할미꽃 등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들꽃 이름이 새겨진 돌의자가 쉬어가라 유혹합니다.

 

 

그저 작가정원 사이를 거닐었을 뿐인데도 몸과 마음은 단잠을 자고 난 듯 개운합니다. 걸으며 눈을 보고,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를 정원의 깊이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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