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피는 진주가 더욱 살갑게 다가오는 진주유등축제① 진주성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진주의 밤은 이제 시작인데~ 촉석루 대밭 바람 소리
마산행 막 버스를 세운다.(이광석 시인의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은 밤입니다. 10월 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진주유등축제는 이제 시작입니다. 찾은 날은 10월 10일.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간 날이지만 진주는 아직 밤에 피는 진주 같은 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 진주유등축제
때 : 2023.10.08. (일) ~ 2023.10.22. (일)
곳 : 진주성과 남강 일원(하천, 사적지)
주제 : 역사의 강, 평화를 품다
퇴근길, 진주성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성의 정문인 공북문으로 향하는데 어둠이 밀려옵니다. 어둠에 맞서 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성을 따라 청사초롱 불 밝혔습니다. 어서 오라고 반기는 듯합니다. 우리의 열정을 담은 채로 공북문과 성벽을 붉게 물들었습니다.
겨우 문 하나 지났을 뿐인데 별천지가 펼쳐집니다. 성안은 밖과 너무도 다른 풍경을 토해냅니다.
오른편에 최근 복원한 경상우병영 중군영 주위로 포졸들이 굳건하게 병영을 지키고 있습니다.
왼편에는 하모들이 건강하게 우리를 반깁니다.
맞은 편 성 우물가 주위에는 다양한 등들이 이미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의 끈을 풀게 합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진주성 1차 전투를 승리로 이끈 충무공 김시민 장군 동상 뒤편으로 당시를 재현한 등들이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이끕니다.
치열하게 싸우는 현장 옆으로 촉석문 형상의 등이 나오고 뒤편으로 옛 경남도청의 정문인 영남포정사가 나옵니다.
영남포정사 주위로는 아늑합니다. 잠시 당시를 잊고 평온을 얻습니다. 주위에는 밤에 피는 꽃들이 송골송골 피어올라 우리의 걸음을 부릅니다.
불빛에 이끌려 걸음을 옮기자, 남강이 보입니다. 밤에 피는 꽃처럼 남강도 이미 등불로, 유등으로 불야성(不夜城)을 이룹니다.
진주성과 남강은 이미 등불로 하나가 된 듯 화려하게 불빛을 피워냅니다. 태양의 열기가 지난 진주의 밤은 이제 시작입니다.
국립진주박물관 앞마당에는 다양한 등들이 다시금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이끕니다.
성벽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풍경에 불멍, 물멍을 합니다. 일상 속 번잡한 번뇌는 어느새 사라집니다.
성벽에서 물러나 박물관 쪽으로 걷자, 걸음마다 유등상회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상회 물건들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박물관 앞 마당에는 잠시 우리를, 시간여행을 보내는 타임머신들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가는 등 빛에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구경합니다. 장기 두는 등 조형물 앞에서는 괜스레 훈수를 둡니다.
박물관 주위를 거닙니다. 어둠이 진하게 우리를 감쌀수록 등불들은 더욱더 빛을 냅니다. 화려합니다. 세상의 시름은 모두 잊으라는 듯 빛납니다.
박물관 옆 진주성 카페로 향하자, 머리 위에서 꽃불들이 내려옵니다. 청사초롱 등이 불을 밝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인 양 아름답습니다. 풍류를 찾아 거니는 선비가 된 듯합니다.
어디를 걸어도 진주성은 넉넉한 곁을 내어줍니다. 숲을 뚫고 스며드는 찬연한 빛줄기들이 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몸과 마음은 상쾌해집니다.
성벽을 따라 남강으로 내려갔습니다. 부교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그저 성벽 따라 남강 강가로 향했습니다. 진주가 저물자, 유등 불빛 어른대는 남강 물결이 빚은 밤에 피는 진주가 더욱 살갑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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