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거닐기 좋은 통영 해간도
엉덩이가 들썩이는 요즘입니다. 봄의 향기는 언제나 설레고 궁금합니다. 봄이 등 떠미는데 궁둥이를 붙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봄을 핑계로 훌쩍 떠났습니다. 통영과 거제의 경계인 견내량에 자리한, 섬이되 섬 아닌 해간도를 찾아서 떠났습니다.
해간도는 거제와 통영 경계에 있습니다. 옛 거제대교에 이르면 한 발짝 더욱더 다가선 셈입니다.
잠시 대교 근처 신촌마을에 차를 세웠습니다. 오가는 바람이 달곰합니다.
유채꽃이 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춥니다. 신 거제대교가 유채꽃의 배경이 되어 줍니다.
이곳은 남파랑길 통영 28코스가 지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이곳을 걸으면 통영과 거제 바다의 넉넉한 곁에서 즐거운 산책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시금 차에 오릅니다. 주위 풍광이 차창을 올릴 수 없도록 합니다.
오가는 바람이 일상에 찌든 묵은내를 날려버립니다. 묵은내가 날려가자 한결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연기마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더욱 친근한 바닷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옵니다.
국가 중요 어업 유산인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의 마을 연기마을이 나옵니다. 바닷가는 견내량입니다. 견내량은 통영시 용남면과 거제시 사등면 사이에 위치한 길이 약 3km, 폭 180m~400m의 해협입니다. 왕이 건넜다 하여 전하도(殿下渡)라고도 부르는데 1170년 고려 무신 집권 때 의종이 둔덕기성에 유배되어 견내량을 건너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또한, 이곳은 동아시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이곳에 주둔한 일본군 한산도로 유인해 학익진으로 일본 수군을 격멸한 한산대첩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김성은 부대가 해병대 최초 상륙작전을 펼쳐 북한군이 점령한 통영을 탈환한 곳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무게에도 봄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속 긴장의 끈을 스르륵 풀게 합니다. 사방의 풍성한 풍경이 주위를 즐겁게 거닐게 합니다.
해안가를 따라 그려진 벽화를 따라, 봄과 합을 이룬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저만치에 오늘의 목적지 해간도가 보입니다. 해간도로 가는 해간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분 좋게 해간교를 건넙니다. 앞으로, 뒤로, 사방의 풍성하고 넉넉한 풍경은 두 눈으로 다 담지 못합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연신 누릅니다. 주위에 이 경치를 먼저 알립니다. 혼자 알기에 아깝기 때문입니다. 배워서 남주지는 못해도 이 풍경을 지인과 함께합니다.
해간교를 건너자 더욱 알싸한 바닷내음이 와락 안깁니다. 드디어 바다와 한 몸을 이룬 기분입니다.
잔잔한 바다는 마치 호수 같습니다. 아늑한 주위가 주는 여유가 평화롭습니다.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큰 바지선을 끌고 가는 배가 보입니다. 자신의 몇 배가 되는 큰 배를 끌고 가는 배의 모습이 당차 보입니다.
그들이 지나고 작은 어선이 신거제대교와 거제대교를 지나 해간도 쪽으로 옵니다. 마치 개선장군인 양 당당합니다.
방파제 주위를 걷습니다. 발아래 유채꽃이 한들한들 봄 장단에 춤추며 반깁니다.
해간도는 시내버스가 옵니다.
버스 종점에서 숨을 고릅니다.
주위 바다는 맑습니다. 너무도 맑고 고와서 속살같이 고이 드러냅니다. 덩달아 바라보는 우리도 일상에 찌든 때를 씻습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더욱더 잔잔한 바다가 우리를 반깁니다.
바다 너머로 우리네 일상이 깃든 통영 시내가 멀찍이 보입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상과 또 다른 결을 내어주는 풍경이 우리를 푸근하게 합니다.
어느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멍을 때립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주위를 걷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상에서 살아갈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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