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꽃이 진다고 잊을 수 없다- 사천 공군위령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3. 4. 2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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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명소 사천 선진리성(船津里城) 화려한 벚꽃은 졌습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선진리성 내 공군위령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천 선진리성으로 가는 길은 벚꽃의 화려한 흔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벚꽃 진 자리에 연둣빛 꽃잎이 솟아나 길옆으로 싱그럽게 반깁니다.

 

곧장 선진리성으로 향하지 않고 성 주위 해안가로 먼저 향했습니다. 바닷가를 따라 나무 데크길이 놓여 산책하기 좋습니다. 기분 좋게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일상의 긴장을 풉니다.

 

선진 수변공원에서 멈춥니다.

거북선 형상의 조형물이 바다를 향해 있는 바닷가 풍경이 이곳이 동아시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음 출전시켜 승리를 이끈 사천해전의 바다라는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닷가에서 성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벚꽃 졌지만 야트막한 언덕 같은 성은 온통 분홍빛이 푸른 하늘에 맞서고 있습니다.

 

선진리성이라는 표지석 옆으로 작은 비석 3개나 나란히 서 있습니다. 선진리성(船津里城)은 왜성(倭城)입니다. 아픈 역사의 현장인 까닭에 문화재 지정에서 변화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 슬픈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은 그대로 우리에게 계절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봄기운이 물씬 풍겨옵니다.

 

어느 쪽을 걸어도 넉넉한 품을 내어줍니다. 아직 봄의 기운을 머금은 벚꽃들이 귀엽습니다.

바람 한 점에 우수수 떨어진 꽃잎들이 꽃길을 펼쳐놓습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성안을 걷습니다.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에 밀려 남해안으로 물러난 일본군이 159712월에 쌓은 성입니다.

왜성은 성벽이 우리나라와 달리 약간 누워 있는 형상입니다.

 

역사의 현장이지만 총총히 심어진 벚나무들이 당시를 잠시 잊게 합니다.

걸음은 봄바람에 등 떠밀려 어느새 <이충무공 사천해전 승첩 기념비> 앞에 이릅니다.

여기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서해를 침공하는 전진기지가 되어 왜적이 날뛰었던 곳이며 우리 수군의 용전으로 적을 물리쳐 크게 이긴 곳이다.~’라는 전적문을 천천히 읽습니다.

 

주위는 겹벚꽃들이 봄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봄바람에 장단 맞추듯 걸음도 가볍게 주위를 걷습니다.

 

일본성에서 우두머리가 머무르는 공간이 천수각입니다. 지금 여기 선진리성은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천수각 터로 향하자 꽃비가 더욱더 즐겁게 우리를 감쌉니다.

 

천수각 터에는 하늘 향해 날아갈 듯한 비석 하나가 서 있습니다.

<충령비(忠靈碑)>라 새겨져 있습니다.

충령비는 19506.25 전쟁 발발할 때부터 1958년 지리산 공비 토벌 작전 종료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 임무 수행 중 장렬히 산화한 66명의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1958년 공군 제1 훈련비행단(현 공군 제3 훈련비행단)에서 건립한 전적 기념비입니다. 건립 이후 200311월까지 인근 사천 공군기지에서 임무 수행 중 꽃다운 청춘을 조국의 하늘에 영원히 바친 47명의 공군 장병들의 영령을 추가 봉안해 현재 113명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잠시 비 앞에서 묵례로 넋을 기렸습니다.

그리고 비 아래에 새겨진 호국영령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읽습니다. 읊조리는 이름 하나하나에 영령들의 기운이 전해오는 기분입니다.

! 장하다 조국을 위하여 순국한 공군 용사들이여 나라에 충성을 바친 한 많은 청춘의 모든 영령을 그 어느 누가 공경하며, 추앙하지 않으리오.~ 하늘이 다하는 그날까지 영원할지니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며 부디 명복을 비옵니다.’

비 뒤편에 새겨진 추모 글을 찬찬히 읽습니다. 다시금 넋들의 명복을 빕니다.

 

동아시아 국제전쟁의 참담한 역사의 현장에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넋을 만납니다. 꽃이 졌다고 어찌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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