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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블로그 기자단의 역할은?(펌)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09. 3. 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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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아니오’라고 외칠 때에도 ‘예’

오늘 11일자 경향신문에서는 ‘블로그 기자단?…국정 홍보단!’이란 기사가 실렸다. 경향은 “정부 부처와 산하 기관들이 잇따라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을 꾸리고 있다”면서 진중권 교수의 “대학생 기자단은 자발성을 가장한 국정홍보에 불과하다. 국민을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홍보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말을 인용, 정부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연 정말일까?

3월 11일 경향신문 11면 기사


이미 블로그 기자단이 활성화되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정책과 그들 블로그 기자들이 쓴 기사를 통해 확인해봤다. 정부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의 진실은?

문화부 ‘울림’ 대학생 기자단, 유인촌 장관 안티?

작년 12월 5일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고려대에서 ‘정부의 저작권 정책방향과 대학인의 자세’라는 주제로 강연이 있었다. 그곳에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으로 문화부에 개인적인 관심이 많다”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에게 유인촌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부에 오려면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 행정고시 합격자 중에 1등부터 50분까지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왜인가 생각을 해봤더니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부처를 선호하는 것 같애”라고. <“정부 저작권 정책방향과 대학인의 자세” 기사>

문화부의 4기 대학생 기자단 모집 광고ⓒ문화부 블로그

문화부 장관에게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행시 성적이 좋은 사람인가? 기자단이 안티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동영상을 그대로 올릴 수 있을까. ‘문화부에 관심 있다’는 학생에게 좀 더 ‘창의’적인 조언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블로그 기자단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울림’. 현재 3기 대학생기자단이 운영하는 문화부 블로그 기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기사들을 작성하고 있다.

이 블로그의 문화예술 카테고리는 공연 및 전시회, 축제 등에 대한 소개와 후기에 대한 기사들이 중심이다. 토론회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작년 6월 문화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백야 Fest - 태안 자원봉사자 감사축제 및 만리포 해수욕장 개장식> 기사도 올라와 있었다. “자원봉사자와 태안주민에 대한 감사 인사를 남긴 유인촌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큰절을 하였다”는 이날 행사기사의 주인공 역시 유인촌 장관이었다. “유인촌 장관과 함께한 연극 <폭풍의 언덕>”이란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체육 카테고리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스포츠외교 포럼>에서 ‘새정부 스포츠외교 정책의 비전과 전망’ 발표”라는 기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이 밖에도 2008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에 대한 소개 기사 등도 눈에 띄었다. 

대체적으로 유인촌 장관과 관련된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띄는 반면 문화부 정책과 유인촌 장관에 대한 비판다운 비판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 블로그에 문화부 정책 및 유인촌 장관의 기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 및 전시회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도 담겨 있고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인터뷰 역시도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통일부 ‘상생’ 기자단, “‘상생’정치를 아시나요?”

작년 12월 진행된 대구 사진 비엔날레 특별전 ‘변해가는 북한풍경 1950-2008’를 찾은 통일부 상생 기자단.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인터뷰 기사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상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정부에서 하는 일은 그때그때마다 옳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현실적으로 동의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너무 지원만 해줬다. 그런데 지원한 만큼의 결과가 없다”. 한 꼬마에게 전시된 북한의 사진을 보고 “북한이 어떤 나라인거 같은지” 물었다. 이 꼬마 아이는 “못사는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대구 사진 비엔날레 특별전 인터뷰” 기사>

통일부 ‘상생’ 기자단은 공동으로 판문점 및 임진각, 새터민을 위한 전문 기관 ‘하늘꿈학교’, ‘통일전략포럼’ 등 토론회의 현장을 찾아가거나 인물에 대한 인터뷰 진행, ‘북한에도 수능이 있나’, ‘북한에도 치킨집이 있나’ 등의 북한에 대한 정보 알리기 등을 주되게 하고 있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찾아서 쓰는 것인지 좀 궁금하긴 하다. 북한의 의료체계, 교육체계, 언론구성 등을 잘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이들은 어디에서 얻었을까? 인터뷰는 분명히 아닌데 말이다.

통일부 블로그 '상생' 기자단의 모습ⓒ통일부 블로그


눈에 띄는 한 기사가 있다. “국제 사회속에서의 통일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서점에서 상생공영을 생각해본다. In Japan’에서는 일본 서점에 있는 북한관련 책 코너에 전시된 책을 소개해주고 있다. 그러나 소개된 책들은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와 관련된 <메구미, 엄마가 반드시 구해줄게>와 <사라진 277명>이 있었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날>과 일본경제신문에서 미 오바마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뽑은 신동혁씨(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탈출자)의 <수용소에서 태어난 나는 사랑을 모른다>는 책이었다.

이 블로그에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과 탈북 대학생들의 만남이란 기사가 실려 있었다. 홍정욱이란 인물은 누구인가. 작년 10월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에 출연, 삐라살포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을 움직여 외투를 벗기겠다는 햇볕정책보다 오히려 북한 주민에 대한 교육효과가 큰 것 같다. 대단히 효과적 수단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인물이 아닌가. 

이 블로그 역시 통일부에 대한 비판다운 비판기사는 없다. 또한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에 관련된 기사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나온다면, 이명박 정부는 하나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겠지? 

행정안전부 ‘사이버서포터즈’, “행정안전부 알아요? 모르면 말을 하지 마세요”

행정인턴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어학연수도 번듯한 자격증도 없었지만 취업에 성공했어요.

“무엇이나 바로 알려면 실제로 겪어 봐야 볼 일이다. 대천 바다도 건너봐야 아는 셈. 그(행정인턴 1호 취업자 홍순희씨)를 만나고 나서 행정인턴이 정규적인 일자리는 아니지만, 정규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말에 확신이 든다. 게다가 그는 해외 어학연수도 번듯한 자격증도 없었지만 이 어렵다는 시기에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이 아닌가.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없다. 앞으로의 행정인턴들이 그의 뒤를 따라 ‘신입사원증’을 가슴에 많이 달고 다니길 기대해본다.”<행정인턴 1호 취업자 홍순희씨 “행정인턴은 취업 성공의 힘”이란 블로그 기사단의 기사>

행정안전부 블로그에 들어가면 큰 카테고리로 ‘행정인턴바로보기’가 보인다.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먼저 “대통령실 행정인턴들이 사는 법”이란 글이 눈에 보인다. 이 기사의 부제는 “7시면 출근, 눈코뜰새 없이 바빠도 청와대 사람들 보며 사명감 배워요”란다. 이건 ‘사이버서포터즈’의 기사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행정인턴’에 관한 홍보 기사다.

행정인턴 취업자를 인터뷰하는 블로그 기자의 모습ⓒ행정안전부 블로그


‘행정인턴체험기’ 기사도 눈에 띈다. “누가 행정인턴을 ‘복사맨’이라 했나?”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 편집자 ‘주’는 이렇게 쓰여 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지난해 12월 시작된 행정인턴 제도는 대졸 미취업자들이 정부 각 부처 등에서 인턴십 과정을 통해 사회 실무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행정인턴은 단순 아르바이트다, 커피 심부름과 문서복사만 한다’는 등의 오해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란다. 물론 답은 아니라는 거다. “얼마나 바쁜데…”

이 때 블로그 기자단 ‘사이버서포터즈’가 등장한다. 그래서 행정안전부의 홍보를 뒷받침해주는 기사를 열심히 쓴다. 그 결과가 위 ‘행정인턴은 취업 성공의 힘’이란 기사다. 다른 부처에 비해 행정안전부의 블로그 기자들은 해당부서의 정책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쓰고 있었다.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과와 재래시장의 자매결연 소식, 행정안전부의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 행정안전부의 ‘生生경제, 국민아이디어 공모’, 또 행정안전부의 ‘I-PIN(인터넷상 개인식별번호) 서비스’, 그리고 또다시 행정안전부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 등, 그리고 정부의 ‘행정인턴십’ 제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까지. 보이는 족족 행정안전부 혹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 소개였다. 

그런데 어쩌지. 행정인턴의 문제는 조선일보에서 조차 비판하고 있는 것을. 조선일보는 지난 10일자 4면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커피와 담배 심부름’은 공공기관 인턴 현장에서 거의 사라졌다”면서 “하지만 길 안내나 서류정리 등 다른 수많은 허드렛일이 여전히 인턴들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 명찰 만들고 설문조사 정리하는 게 대부분”이란 행정인턴 출신의 말까지 인용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의 진실은?

문화부 블로그 기자단은 문화부의 정책은 비판하지 않는다. 통일부 블로그 기자단 역시 통일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블로그 기자단은 아예 행정안전부 정책에 대한 홍보에 앞장서고 있었다. 그렇게 홍보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행정인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일각’으로 치부하며 ‘단순 아르바아트’, ‘커피 심부름과 문서복사만 한다’는 비판은 또한 단지 ‘오해’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블로그 기자단은 이러한 행정안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들을 쓰기에 바빴다. 그렇다면 대변인실에서 내는 보도자료와 무엇이 다른가. 이것을 두고 정부 부처에서는 ‘정책 홍보’를 위한 블로그 기자단이라고 한다.

‘정책홍보’의 필요성은 받는 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받는 이에게 중요하지 않는 정보, 그것을 넘어 잘못된 정책을 널리 알리는 것은 ‘선전’일 뿐이다. 그것도 일방적인 선전.

정부 부처의 블로그 기자단, 모두 다 ‘아니오’라고 외칠 때에도 ‘예’라고 외쳐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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